[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의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이제 한 줄이 더 표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위 'AI 데이터센터 할증료'라는 새로운 항목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외치면서도 치솟는 전기요금에 분노한 유권자를 달래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에 '긴급 전력 입찰'을 요구하고, 빅테크에 새 발전소 건설비를 떠넘기려는 이례적인 해법을 꺼내 든 배경에는, 표와 직결된 생활비 인플레이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외치면서도 치솟는 전기요금에 분노한 유권자를 달래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에 '긴급 전력 입찰'을 요구하고, 빅테크에 새 발전소 건설비를 떠넘기려는 이례적인 해법을 꺼내 든 배경에는, 표와 직결된 생활비 인플레이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AI 도구를 이용해 미국 전력망을 담당하는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다. 2024년 9월 기준 월 1000킬로와트시를 쓰는 평균 가구의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7% 오른 약 181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지역 사례는 더 극적이다. CNN이 인용한 한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5년간 전기요금이 최대 267%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유리서치 등은 PJM 전력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수요 때문에 2025~2026년 용량 시장 가격이 93억달러가량 더 높아졌고, 그 결과 서부 메릴랜드와 오하이오 지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월 16~18달러씩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네기멜론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공동 발표한 연구는 더 장기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데이터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이 2030년까지 미국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을 8%가량 끌어올릴 수 있고, 북버지니아 같은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에서는 25% 이상 상승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AI 패권과 전기요금으로 얼어붙는 표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
미국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말 에너지 회사들에 보낸 서한에서 지적했듯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주는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데이터센터는 이미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4% 이상을 차지했으며, 정부 분석가들은 이 비중이 단 3년 안에 최대 12%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AI를 "미국의 패권을 좌우할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2월 발표된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AI 우위를 저해하는 주(州) 차원의 규제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했다. 이 명령은 주 정부들이 전력망 투자나 데이터센터 허가를 이유로 AI 인프라를 제약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유권자들은 분노하는 상황. 딜레마를 풀기 위해 백악관이 꺼내든 카드는 빅테크가 전력비를 내게 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다.
연초 트럼프 행정부와 북동부·중부 일부 주지사들은 미국 최대 도매 전력시장 운영사인 PJM 인터커넥션에 이례적인 요구를 공식화했다. PJM이 데이터센터 수요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회성 '긴급 용량 경매(emergency capacity auction)'를 열고, 그 경매를 통해 새 발전소 건설비를 빅테크가 부담하게 하라는 얘기다.
경매가 실행될 경우 아마존(AMZN)과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 메타 플랫폼스(META), 오픈AI 같은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최대 150억달러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 건설을 뒷받침하는 15년짜리 전력구매계약(PPA)에 입찰하게 된다. 데이터센터는 자신들을 위해 건설된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에 대해 쓰든 안 쓰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 대신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이 내는 용량 비용은 일정 부분 경감될 수 있다는 논리다.
CNBC를 포함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빅테크는 전기요금을 기꺼이 떠안겠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완전히 빅테크만의 부담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망 확충과 송전선 설치, 백업 설비 투자에는 공공요금과 세금이 함께 들어가고, 그 결과는 도·소매 전기요금으로 부분적으로 전가된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요금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전력회사에 발송한 질의서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맞추기 위해 투자한 수십억달러가 주택용 요금 인상으로 회수되고 있다"는 문장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2026년 선거 지형의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기요금 상승이 이미 주요 경합 주에서 정치적 분노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인용된 카네기멜론대 연구와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가운데서도 특히 전기·가스·난방비 인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가 극명해지는 대목이다. 만약 PJM 긴급 경매와 빅테크 부담 확대 구상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2027~2028년 이후 PJM 지역의 도매 전력가격 상승 폭이 완화된다면, 트럼프는 "AI도 키우고 전기요금도 잡았다"는 정치적 스토리를 쥘 수 있다. 반면 경매 구조가 복잡한 규제 분쟁으로 비화하거나 유틸리티가 다른 요금 항목을 통해 비용을 보전하면서 가정용 요금이 계속 오를 경우 AI 때문에 서민 전기요금이 치솟고 있는데 백악관은 빅테크 편을 든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상원 민주당이 이미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요금 연계를 공식 조사 의제로 올려놓은 만큼 2026년 중간선거가 다가갈수록 AI 인프라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판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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