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새롭게 도입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평가 현장.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
지난해 11월 제주도 우도면 천진항에서 관광객 A씨는 렌터카 승합차를 운전 중 갑자기 속도를 높여 길을 걷던 관광객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차량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등 급발진 정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10건 중 7건은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급잘진 의심사고는 도심에서 차량이 느리게 주행 중인 상황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4건 중 3건은 운전자가 60대 이상 고령자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부설 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지난해 발생한 사고 149건을 대상으로 경찰 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공단의 제작결함조사를 분석한 결과 109건(73%)이 페달 오조작 사고로 파악됐다고 19일 밝혔다. 분석 대상에는 공단 자체 조사 대상 사고에 언론을 통해 ‘급발진 의심 사고’로 보도된 건을 추가했다.
사고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40건 가운데 2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38건은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해 ‘미상’으로 분류됐다. 공단은 “경찰의 조사 없이 보험 처리가 이뤄졌거나, 경찰의 조사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확인된 사례는 1건도 없었다.
급발진 의심사고의 운전자 4명 중 3명 이상이 60대 이상이었다. 운전자 연령이 확인된 사고 141건 가운데 60대가 운전한 경우가 51건(36.2%)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70대(40건·28.4%), 50대(20건·14.2%) 순이었다.
사고는 주로 도심에서 발생했다. 간선도로나 국지도로에서 발생한 사고가 97건으로 전체의 67.1%였고, 아파트·주택단지나 주유소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 발생한 사고가 50건으로 31.5%였다. 고속도로 주행 중 발생한 사고는 2건이었다.
사고 당시 차량은 느리게 주행 중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주행 상태가 확인된 144건을 기준으로 절반 이상(77건·53.5%)이 시속 8~10km 이하인 저속 주행 또는 크립 주행(자동변속기 차량에서 기어를 D 또는 R에 놓고 가속 페달은 밟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서서히 움직임) 중에 발생했다. 일반 주행 중에 발생한 사고는 44건(30.6%)이었고, 나머지 23건(16%)은 정차 중에 벌어졌다.
공단은 의도하지 않은 가속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평소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 활용법을 숙지할 것을 운전자들에게 권했다. 제동 페달을 밟았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으면 신속하게 EPB를 작동시키고 차가 멈춰 설 때까지 작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페달 오조작 장치 설치도 중요한 예방책다. 지난해부터 신차를 대상으로 벌이는 국내 자동차안전도평가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 여부가 포함됐다. 정부는 2029년부터 신차에 해당 장치 장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3개월간 운전자 141명을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시범사업을 추진한 결과 페달 오조작 의심 건수가 71회 발생해 사고 발생 차단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올해도 방지장치 장착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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