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
국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규제 완화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증시 분위기 회복과 함께 직상장(IPO)을 선호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팩의 체감 수익률과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공급조절’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은 25개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40개 안팎이 상장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달에는 삼성스팩13호가 포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2~3월에 잡힌 스팩 공모 일정이 없다.
스팩 자체 주가 수익률도 투자매력을 떨어뜨린다. 작년에는 대신밸런스제18호스팩(62.66%), 미래에셋비전스팩3호(53.11%) 등을 중심으로 연평균 6.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올초 스팩주 평균 수익률은 0%대에 머물렀다.
다만 저조한 주가 수익률이 부정적인 시그널만은 아니다. 스팩은 합병 기대가 과열되며 주가가 급등할 경우 오히려 합병 상대 기업 주주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합병비율 협상 난도가 올라가고, 경우에 따라 합병이 무산돼 스팩 해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스팩의 본질이 단기 시세가 아니라 합병 성사와 구조 설계에 있다”며 “과열이 아닌 안정적 가격대가 합병 추진에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본시장에서 스팩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증시 환경이 개선되면서 비상장 기업들이 우회상장보다 직상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팩이 내세우는 시간 단축, 가격 협상 유연성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직상장을 원하면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움직임도 추진되고 있다. 거래소 상장심사에는 스팩 합병가치 산정 과정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할인율 30% 이상 적용을 자율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금융투자협회도 작년말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스팩 IPO 주관사에 대한 의무보유 확약 미달분에 대한 인수 의무를 면제했다.
다만 이런 제도 변화가 시장의 체감 유인으로 이어지려면 합병 성공 사례 축적과 투자자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스팩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수급이 원활해져야 한다. 기상장된 스팩이 누적된 상태에서 합병 대상을 찾는 경쟁은 치열해졌고, 신규 발행만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스팩 신규 공급을 조절하고 합병의 ‘질’에 집중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스팩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투자자들이 ‘합병 프리미엄’을 실제 수익으로 확인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홍승우 기자 hongscoop@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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