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운의 게임 플레이 장면./넷이즈게임즈 제공 |
중국 게임사 넷이즈게임즈의 오픈월드 무협 RPG(역할수행게임) ‘연운(Where Winds Meet)’이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검은 신화: 오공’이 중국산 콘솔·PC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데 이어, 연운이 ‘포스트 오공’으로 불리며 중국 AAA(블록버스터급) 게임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패키지형 액션 게임이었던 오공과 달리, 연운은 오픈월드 기반의 라이브 서비스 RPG로 설계돼 장기 흥행 가능성까지 입증하고 있다.
19일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데이터에 따르면, 연운의 누적 리뷰 수는 약 9만9000건에 달하며, 이 중 88%가 긍정 평가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어 리뷰가 3000건에 육박하며 영어·중국어·러시아어를 제외한 언어권 중에서도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출시 초기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25만1008명을 기록했고, 두 달이 지난 현재도 일 최고 동접 8만~10만명대를 유지하며 스팀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게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출시 첫 달에만 약 3400만달러(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 12월에는 스팀 글로벌 매출 순위가 2위까지 치솟는 성과를 거뒀다. 이른바 ‘순한 과금’ 정책과 꾸준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세워 1월 둘째 주 차트에서도 6위를 유지 중이다.
연운은 AAA 게임 경쟁이 치열한 국내 콘솔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출시 직후 한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게임’과 ‘인기 게임’ 차트에서 톱5 내에 장기간 머물렀다. 정통 무협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그래픽과 액션성, 자유도 측면에서 국내 유저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분석이다. 경공을 활용한 이동, 벽 타기와 수상비, 전투 중 패링과 회피를 중심으로 한 전술적 액션은 커뮤니티와 리뷰에서 “무협 버전의 젤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모바일 버전 출시 이후 연운의 저변은 더욱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12일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 뒤 전 세계 60개국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넷이즈게임즈에 따르면 모바일 출시 한 달 만인 2025년 12월 중순 기준 글로벌 월간이용자수(MAU)는 15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역시 주요 전략 시장 중 하나로,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7위를 기록하는 등 10위권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며 신규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PC·콘솔·모바일 간 크로스 플레이와 크로스 프로그레션(다른 플랫폼으로 저장 진행 상황을 미러링)을 전면 지원한 점이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연운의 게임 플레이 장면./넷이즈게임즈 제공 |
연운은 기술 구현과 콘텐츠 구성에서 무협 게임의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렸다.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구현된 오픈월드는 오대십국 시대 중국을 정교하게 고증했고, 게임 내 1만명 이상 NPC(논플레이어 캐릭터)에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적용됐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NPC의 기억과 관계가 변화하며, 단순한 퀘스트 제공자가 아닌 협력자·적대자·조언자로 역할이 갈리는 구조다. 고정된 대사 중심의 기존 RPG 문법에서 벗어난 상호작용은 게임 세계를 ‘살아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태극권, 경공, 침술 등 전통 문화 요소를 게임 플레이에 녹여냈고, 전투는 패링 중심 설계로 액션성을 극대화했다.
넷이즈게임즈는 지난 9일 연운 ‘1.2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지역 ‘구류문 주둔지’와 개봉 지역 최종장, 동맹전 프리 시즌을 추가하며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도쿄·싱가포르·방콕 등 주요 도시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병행하며 글로벌 브랜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을 겨냥해 단행한 한국어 음성 풀 더빙을 포함한 현지화 전략 역시 국내 이용자 반응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연운의 흥행을 단순한 개별 타이틀 성공이 아닌, 중국 게임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검은 신화: 오공’이 기술력으로 중국 게임의 상한선을 끌어올렸다면, 연운은 라이브 서비스형 RPG로서 지속성과 확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특히 연운은 과금으로 전투력이 직접 강화되는 ‘페이 투 윈(P2W)’ 구조를 배제하고, 의복과 무기 스킨 등 외형 중심의 수익모델(BM)을 채택했음에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은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원신 등으로 한국 이용자층을 선점했다”며 “이제는 연운처럼 콘솔과 PC까지 전방위로 확장되면서 기술력과 완성도 모두에서 국내 게임사들과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게임이 국내 게임사들에게 더 이상 해외 수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내수 시장 자체를 잠식하는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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