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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교류, 회복과 전환”···LPGA 이미향이 만난 ‘또 하나의 골프’

서울경제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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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교류, 회복과 전환”···LPGA 이미향이 만난 ‘또 하나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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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 동호인 품은 파크골프
단 하나의 채로 라운드 완주
시니어 넘어 전 세대서 호응


14개의 클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세계 무대를 누비던 손이 이날만큼은 단 하나의 채를 쥐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부상해 23만 명의 동호인을 거느린 생활형 스포츠, 파크골프를 만나기 위해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미향(32)은 최근 서울의 한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평소 접해보지 못한 파크골프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에서였다. 이날 현장에는 표상옥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교육위원장과 박현숙 협회 사무장이 동석해 그의 첫걸음을 도왔다. 표 위원장은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파크골프최고위과정 지도교수를 겸하고 있다.

체험은 9홀을 돌아가며 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쟁보다는 각자의 샷 감각과 코스 공략법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이 선택한 구장은 강원도 화천에 자리한 산천어파크골프장. 완만한 언듈레이션과 자연 장애물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초심자와 중급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코스다. 스크린에 실제 지형과 코스 특성이 그대로 구현돼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라운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파크골프는 클럽 하나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모든 샷을 해결해야 하는 종목이다. 힘보다 중요한 것은 거리 감각과 지형을 읽는 눈이다. 최대 14개를 활용하는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에 필요한 클럽은 단 하나뿐이다. 공 역시 다르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딤플이 촘촘한 골프공과 달리, 파크골프공은 구르기에 최적화된 매끈한 표면을 갖고 있다. 크기는 더 크고, 무게는 가볍다.





첫 샷을 날린 이미향은 “타구감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며 “공이 맞닿는 면이 다른 만큼 묵직한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을 띄워 그린에 세우는 골프와 다르게 파크골프는 굴려야 하기 때문에 지형을 훨씬 더 세밀하게 읽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반에는 파크골프 구력이 쟁쟁한 협회원들의 점수가 앞섰지만, 이미향은 금세 ‘또 하나의 골프’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의 굴곡을 정확히 읽어내며 과감한 퍼트를 시도했고, 몇 차례 이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환호하던 그는 “골프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채의 무게감도 다르고 공의 반발력도 달라 전혀 다른 감각이 필요했다”며 “오랜만에 성적에 대한 압박 없이 순수하게 공을 치는 즐거움을 느꼈다. 파크골프가 왜 시니어뿐 아니라 전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알 것 같다”고 웃었다.


파크골프는 협회를 중심으로 단체 라운드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아 있다. 액티브 시니어들의 새로운 교류의 장이자, 세대를 잇는 커뮤니티 스포츠로 주목받는 이유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등록된 동호인 수는 22만 9757명으로, 4만 5478명이던 2020년 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 표 위원장은 “파크골프는 실력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운동이라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된다”며 “은퇴 이후 줄어들기 쉬운 사회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회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도 “혼자 운동할 때보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치는 시간이 훨씬 길게 기억에 남는다”며 “나이와 직업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문화가 큰 매력인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미향은 2012년 LPGA 투어에 본격 합류해 통산 2승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2014년 미즈노 클래식과 2017년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했고, 2019년 ANA 인스피레이션(현 셰브런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런 그에게 파크골프는 ‘회복과 전환의 스포츠’로 다가왔다. 지난해 스윙 미스로 어깨 부상을 겪은 그는 한 해를 견인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었다. 이미향은 “큰 스윙 없이도 계속 걸으며 야외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경쟁이 아닌 교류의 스포츠라는 느낌이 좋다. 몸을 돌보면서도 골프의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담담하면서도 설렘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올해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설 예정”이라는 그는 "작년엔 어깨 부상이 있어 치료에 집중해왔는데, 다행히 회복이 잘 이뤄지고 있어 대회 출전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어를 매년 뛰지만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늘 새로운 마음가짐이 된다. 올해는 특히 더 그렇다”며 “몸을 잘 관리하면서 다시 한 번 제 골프를 만들어가고 싶은, 그래서 더 기대되는 새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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