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2026년이 밝으며 재계의 전략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핵심 흐름은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단의 퇴조와 오너 리더십의 강화로 수렴된다. 과거 총수를 보좌하며 계열사를 지휘하던 다수의 부회장단 체제가 막을 내리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총수의 의중을 기민하게 실행할 강력한 '수퍼 2인자' 1인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표 그룹들은 조직 슬림화와 오너 직할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중국 기업의 약진 등 대외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고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삼성전자다. 삼성의 실질적인 2인자로 불리며 사업지원TF를 이끌어온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표 그룹들은 조직 슬림화와 오너 직할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중국 기업의 약진 등 대외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고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삼성전자다. 삼성의 실질적인 2인자로 불리며 사업지원TF를 이끌어온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했다.
정 부회장의 퇴진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지속된 TF 체제의 변화를 상징한다. 삼성은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개편하고 박학규 사장을 신임 실장으로 임명했다. 이재용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큰 그림을 그리면, 박 사장이 계열사 간 조율과 전략 실행을 맡는 구조다. 현재 삼성전자 내 부회장은 전영현 부회장 1명뿐이며, 그룹 전체로 넓혀도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까지 단 두 명만 남게 됐다.
LG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부회장 직급을 대폭 줄였다. LG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권봉석 ㈜LG 부회장 1인 체제로 재편됐다. 권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주력하는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보좌하며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롯데그룹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를 비롯해 유통, 건설 등 주력 계열사 부회장단이 일제히 용퇴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의 리밸런싱(사업 구조 조정)을 주도하는 2인자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특정 조직을 맡기보다 경영 조력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대조를 이뤘다. 장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임명된 부회장으로 완성차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차 기술 개발, 대관 업무까지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소위 서울고 3인방 체제가 단단한 가운데 최근 인사를 바탕으로 감사실 등을 산하에 둔 것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다수의 부회장이 역할을 분담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한 '원톱 보좌' 체제로 풀이된다. 장 부회장은 최근 CES 2026 등 주요 글로벌 행사에서 그룹을 대표해 전면에 나서며 현대차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전시 체제 전환이라고 분석한다. 미국발 관세 장벽과 기술 패권 경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중심이 된 집단 지도 체제보다는 오너가 직접 챙기고 소수의 핵심 참모가 실행하는 구조가 위기 대응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젊은 오너 일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GS그룹은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을 본격화했고, 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전문경영인 부회장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오너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진 2인자가 조직을 장악해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최근 대기업 인사의 핵심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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