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정부연구개발사업 부처합동설명회
R&D 예타 폐지 코앞…1000억원 이상 사업만 사전 점검키로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 기획 단계서 학회 의견 반영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9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2026 정부연구개발사업 부처합동설명회' 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진행 속도가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적용 기준이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되고, 1000억원 이상 사업은 예타 대신 '사전 점검'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획부터 착수까지 평균 4년 이상 걸리던 대형 R&D 사업이 약 7개월 만에 시작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대전 유성구 KAIST(카이스트) 대강당에서 '2026년 정부연구개발사업 부처합동설명회'를 열고, 'R&D 예타 폐지 후속제도'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예타 적용 기준 상향이다. 지금까지는 500억원 이상 R&D 사업에 예타 조사가 적용됐지만, 법 개정이 완료되면 기준이 1000억원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1000억원 미만 신규 R&D 사업은 별도의 예타없이 일반 예산 편성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
다만 이 제도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R&D 예타 폐지법'이 현재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500억원 이상 대형 R&D 사업은 기획부터 착수까지 평균 4년 이상 걸렸다. 예타 심사 통과율은 약 20%, 재도전 없이 한 번에 통과할 확률은 8%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송호준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타당성심사팀장은 "심사에만 평균 4년 이상 걸리던 R&D 사업을 다음 해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송 팀장은 양자기술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2016년 한국이 대규모 양자 R&D 사업을 추진했지만 예타에서 탈락하며 무산됐다"며 "그 사이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가 약 5년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9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2026 정부연구개발사업 부처합동설명회' 에 참석해 발표자료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법이 통과되면 1000억원 이상 신규 R&D 사업은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기초·원천연구, 선행기술개발, 국제공동연구, 연구기관 지원, 기술사업화, 인력양성 등 '연구형 R&D'는 예타 대신 '사전 점검'을 받는다.
예를 들어 10월에 기획서를 제출하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문가 점검을 진행한다. 심사에는 약 5개월이 걸리고, 그 결과는 5월부터 편성되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심사부터 예산 반영, 착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7개월로, 기존보다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대형 연구시설 구축, 우주 분야 등 '구축형 R&D'는 별도 체계를 적용한다. 추진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검증하고, 학회·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체를 통해 사업 우선순위를 검증하는 '상향식 기획체계'를 도입한다. 구축형 R&D 사업은 수요를 8월에 제출하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요건 검토를 거친다. 이후 2월부터 9월까지 심사를 진행해 통과할 경우 예산 요구가 가능해진다.
이 체계는 올해 일부 분야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7년부터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부처가 추진하는 인프라 사업은 반드시 연구 현장 의견을 수렴토록 했다.
연구형 R&D 예산반영 절차 및 소요기간 변화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정부는 속도전과 함께 사후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R&D 사업은 부처별 지출 한도 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주기적인 사후 평가와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과 부처 책임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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