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체계 개편 용역 착수
한전, 자사 논리 뒷받침 가능성
제3기관 신설·일원화 대신
기능별 분담 체계 전환 선호
한미 원자력 협력 확대 대비
SMR까지 검토 범위 넓혀
한전·한수원 주도권 논쟁 재점화
한전, 자사 논리 뒷받침 가능성
제3기관 신설·일원화 대신
기능별 분담 체계 전환 선호
한미 원자력 협력 확대 대비
SMR까지 검토 범위 넓혀
한전·한수원 주도권 논쟁 재점화
UAE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 |
현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쪼개져 있는 원전 수출 체계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상 기관 중 한 곳인 한국전력이 동일한 내용으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해 주목된다. 사실상 현행 체계 유지를 바라는 한전이 자사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용역을 실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본지 2025년 12월19일 자 '한전-한수원으로 쪼개진 원전 수출, 제3의 기구로 일원화?' 기사 참조)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컨설팅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입찰 마감은 2월 9일까지이며 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3개월이다.
한전이 제시한 용역 제안요청서를 보면 선정된 사업자는 해외 대형 원전 노형 프로젝트 참여 방안, 한미 원자력 협력 방안,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참여를 통한 수출 노형 다변화 방안, 국내 원전 수출 체계 추진 방향, 기능별 통합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리스크 도출 및 제언, 기능별 통합 체계 운영 시 단계별 수주 경쟁력 제고 방안 등 매우 폭넓은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이 같은 한전의 용역은 산업통상부가 지난해 8월부터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원전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 연구와 상당 부분이 중복된다. 산업부는 당초 올해 6월까지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한미 원자력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최대한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정부는 용역 결과에 따라 △독립된 제3의 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일원화 △기능별 분담 등 3가지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할 계획이다.
현재 원전 수출은 2016년에 실시한 원전 수출 공기업 기능 조정에 따라 한전과 한수원이 함께 맡고 있다. 한국형 원전 노형 변화가 없는 국가는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이 필요한 곳은 한수원이 맡았다. 하지만 원전 수출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 일관성 있는 해외 전략 수립이 어렵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원대 추가 공사비 정산을 놓고 두 기관이 국제중재법원(LCIA) 중재를 신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이 연구 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원전 수출의 주도권을 한수원에 빼앗길 수 없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8일 산업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각 기관의 장점을 살려 한전이 마케팅과 금융 조달을, 한수원이 원전 건설을 맡는 기능별 협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기능별 분담'과 유사한 것으로 사실상 현재의 이원화 체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한전은 용역 제안 요청서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합작회사 설립, 컨소시엄 구성, 하도급, 협약 등 참여 기관별 최적의 분업 방식을 도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한전은 한국과 미국 간 원자력 협력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이번 용역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형(AP1000) 노형 및 SMR 등 4세대 원전 사업 참여 방안도 의뢰했다. 한전은 그동안 SMR 사업을 진행한 바 없다. 국내에서는 한수원이 관련 기관 및 기업들과 혁신형소형모듈원전(i-SMR)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사장이 공석으로 대행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한수원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수원 측은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부에서는 한수원으로 원전 수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한 한수원 간부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전이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도 사실상 사업의 90%를 한수원이 맡았다"며 "한수원도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대외적인 인지도와 신용도를 쌓은 만큼 한수원으로 일원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에서 원전을 담당하는 인력은 15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용역 발주에 대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원전 수요가 높아지면서 베트남, 튀르키예, 사우디 등 후속 원전 수주를 위해 한전의 원전 수출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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