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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가입자세요? 월 8000원 더 내면… 이통사 은밀한 데이터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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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가입자세요? 월 8000원 더 내면… 이통사 은밀한 데이터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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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기자]

가계통신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양보다 훨씬 많은 용량의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전前 정부 때 '중간요금제'를 론칭했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이통사 이상한 청구서 2편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이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고가인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소비자들이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고가인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데 얼마나 쓸까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가계통신비는 2024년 3분기 12만50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12만8000원으로 1년 새 2.4% 증가했습니다. 역대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떨어뜨리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입니다.


[※참고: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1분기부터 '방송및시청각콘텐츠이용' '영상음향기기' '정보처리장치및기록매체' 지출을 가계통신비에 추가했습니다. 방송 수신료와 OTT 구독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기사에선 이동통신 요금제가 포함된 '통신기기' '통신서비스'만 가계통신비로 잡았습니다.]

■ 고가 요금제 쏠림 현상 = 도대체 왜 가계통신비는 늘기만 하는 걸까요?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0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시죠. 전체의 62.8%가 한달에 60GB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론 '0~20GB' 구간이 44.4%로 가장 많았고, '20~60GB'이 18.4%로 뒤를 이었죠. 반면 '200GB 이상' 사용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17.9%에 그쳤습니다.


소비자 데이터 소비량의 중앙값은 28GB이었습니다. 중앙값(Median)은 데이터를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값이어서 극단적인 값에 영향을 덜 받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의 상당수가 한달에 28GB 데이터를 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실제 사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고가인 요금제'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하는 요금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가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쓴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0.4%를 차지했습니다. 그중 54.5%는 '무제한'이 아닌 100GB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많은 이들이 실제 사용량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요금제 속 꼼수 = 그렇다면 이통사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쓰는 '중앙값'인 28GB대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이통3사의 요금제 테이블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KT는 3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심플'을 6만1000원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2000원을 더 지불하면 50GB, 또다시 2000원씩 추가하면 70GB(6만5000원), 90GB(6만7000원), 110GB(6만9000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30GB와 110GB 상품의 가격차가 8000원에 불과한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5G 베이직'의 가격은 8만원입니다. 이 정도 차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조금 더 내고 맘 편히 쓰자"는 생각이 들기 십상입니다.



SK텔레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데이터 37GB를 지급하는 '베이직 플러스(6만2000원)'와 110GB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6만9000원)의 가격 차이는 7000원입니다. 5GX 레귤러의 데이터 제공량이 3배나 많지만 가격차는 10%밖에 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볼모로 소비자가 더 비싼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도록 가격 테이블을 설정한 겁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실제 데이터 소비가 적은 다수의 소비자가 과도한 데이터 제공량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며 "할인과 혜택을 고가 요금제에 치중하는 등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제 설계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이통3사가 이런 지적을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란 점입니다. KT 사례에서 설명한 30~90GB 구간의 요금제는 전前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이통사에 요구한 '중간요금제'입니다.


중간요금제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간의 데이터양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합니다. 그전까지 한국의 5G 요금제엔 10GB 이하, 100GB 이상의 요금제만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이용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죠.


이 때문에 정부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했고, 2022년 8월 이통3사가 20~30GB 요금제를 월 6만원대 가격으로 론칭했습니다. 하지만 언급했듯 중간요금제의 가격은 데이터의 양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줄어든 데이터 제공량을 감안하면 중간요금제 가격은 월 2만~3만원 수준이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죠. 이통3사가 정부 압박에 못 이겨 '무늬만 중간'인 요금제를 출시했던 겁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지원금을 몰아주는 판매 구조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은 최신 스마트폰에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공하는 대신 10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계통신비를 실질적으로 인하하기 위해선 이통사 요금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 | 연합뉴스]

가계통신비를 실질적으로 인하하기 위해선 이통사 요금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 | 연합뉴스]


가령, A씨가 지원금이 70만원 나오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볼까요? 기깃값을 깎으려면 소비자는 번호이동과 함께 월 10만원의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해야 합니다. "지원금이 두둑이 나오니 이득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5만원짜리 요금제면 충분한 소비자가 10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유지할 경우, 30만원을 과소비하는 셈이 되니까요.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요금제 설계와 고가 요금제 중심의 할인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완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통신 요금제 단순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의 분리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단말기 공급을 자유롭게 해 이통사가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며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구조로 바뀐다면 이통3사가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와 스마트폰 지원금을 볼모로 소비자에게 값비싼 요금제를 들이미는 이통사의 마케팅을 언제까지 용인해야 할까요? 답은 가까운 데 있습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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