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K-콘솔 원년'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다. 모바일·온라인 중심이던 국내 게임 산업이 콘솔 시장으로 집단 이동하는 첫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대와 달리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콘솔 신작 출시와 글로벌 쇼케이스 일정이 연이어 잡혀 있다. 단발성 실험이 아니라, 대형 IP를 앞세운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이후 10년…콘솔로 방향 튼 이유
국내 게임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모바일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성과 브랜드 확장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콘솔이 다시 전략 무대로 떠올랐다. 글로벌 콘솔 시장은 여전히 북미·유럽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으로, 성공 시 IP 가치와 수익 구조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은 마케팅 비용이 급격히 올라 수익 예측이 어려워졌고, 콘솔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성공 시 장기 운영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콘솔을 피해서는 글로벌 게임사를 논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형사들, 올해 콘솔로 한꺼번에 몰린다
실제로 올해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나란히 콘솔 신작을 준비 중이다. 펄어비스는 장기간 개발해온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 출시를 오는 3월 20일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신규 콘솔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온라인 MMORPG 중심 전략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고,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콘솔 기반 대작을 준비 중이다.
과거 일부 콘솔 타이틀이 있었지만, 이처럼 복수의 대형사가 같은 해 글로벌 콘솔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회사 도전이 아니라 산업 차원의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점 효과' 노리는 상반기 승부
눈에 띄는 점은 출시 시점이 대부분 상반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글로벌 콘솔 시장은 하반기에 북미·유럽 대형 타이틀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상반기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 국내 게임사들이 이 구간을 전략적으로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 한 연구원은 "한국 게임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보다, 글로벌 콘솔 시장의 빈 구간을 먼저 차지하려는 흐름"이라며 "초기 성과를 낸 기업이 이후 K-콘솔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콘솔 시장은 개발 기간이 길고, 초기 흥행 실패 시 손실 규모도 크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AAA 콘솔 프로젝트(수백만 장 판매를 목표로, 대규모 예산과 최신 기술을 투입해 개발되는 대작 콘솔 게임 프로젝트)가 출시 직후 성과를 내지 못해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K-콘솔 원년이라는 표현은 상징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성공 여부와는 별개 문제"라며 "올해 결과에 따라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전략 자체가 다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 게임사가 모바일·온라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콘솔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첫 집단적 시도라는 점에서다. 개별 흥행 성과를 넘어, 개발 기준·투자 판단·인력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2026년은 어느 회사가 성공하느냐보다, 한국 게임이 콘솔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집단 검증받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 결과가 향후 5년 전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