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 장면이 찍힌 폐회로티브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
“5년 동안 복지관에 다녔는데, 언제부터 학대가 있었는지 모르니 그게 제일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해요.”
인천 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 다니는 황아무개(11)군의 어머니 ㄱ씨는 지난달 16일 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복지관을 찾아 확인한 폐회로티브이(CCTV)에는 언어치료사로 일했던 30대 ㄴ씨가 황군의 코를 비틀고, 이마와 턱을 손으로 치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ㄱ씨가 확인한 아동학대 의심 장면만 8∼9차례에 이른다. ㄱ씨는 폐회로티브이를 확인한 뒤 ㄴ씨와 대면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폐회로티브이를 확인하고 선생님 태도를 보려고 불러달라고 했는데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내가 믿었고 신뢰했던 사람이, 내 앞에서는 그렇게 아이를 잘 대해줄 것 같았던 사람이 학대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선생님은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데 적어도 눈물 한 방울은 흘렀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ㄴ씨는 황군이 이 복지관을 다니기 전인 8년 전부터 일했던 직원이다. ㄴ씨는 장애인복지관의 진술서에 “황군의 집중을 요구하느라 그랬다”는 취지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가 나중에 황군에게 들은 말은 더욱 가슴을 후벼 팠다. ㄱ씨는 “아이가 말하길 선생님이 자주 때렸다고 했다. 그리고 맞았다는 것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하더라”라며 “그동안 얼마나 안 걸리고 넘어간 것이 많았길래 죄책감 없이 학대를 할 수 있을지 상상도 안된다”고 했다.
인천경찰청은 아동학대 혐의로 ㄴ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ㄴ씨는 지난달 15일 언어치료 수업 과정에서 황군의 턱과 머리를 때리고 코를 꼬집어 비트는 등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다. 당시 ㄴ씨는 황군과 1대1 수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황군 학대 소식이 알려진 뒤 추가로 장애인복지관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폐회로티브이를 확인한 결과 2명의 아동이 추가로 학대를 당한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은 3개월치 폐회로티브이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ㄴ씨의 학대는 장애인복지관이 폐회로티브이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다가 드러났다. 장애인복지관은 황씨 부모에게 즉각 사실을 알리고 ㄴ씨를 아이들과 분리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피해 아동의 어머니인 ㄷ씨는 이날 인천 남동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에서 민간위탁 한 곳이니 믿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며 “‘아프다.’ 표현도 못하는 아기 수준인 저희 아이가 치료사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스스로 다잡듯 자기 손을 끌어 맞잡기까지 하는 행동에선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인권실태 전수조사’, ‘폐회로 티브이 정기 모니터링’, ‘피해 아동과 가족 심리치료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 쪽은 “사실관계 확인과 내부 점검을 강화하겠다. 이번 일로 심려와 불편을 느꼈을 이용인과 보호자에게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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