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앞세워 K-메모리까지 美 직접생산 압박
삼성·SK ‘용인 1000조 프로젝트’ 와중 날벼락
마이크론 생산능력으론 삼성·SK 대체 불가
관세부과 시 美 빅테크 메모리 수급난만 부채질
삼성·SK ‘용인 1000조 프로젝트’ 와중 날벼락
마이크론 생산능력으론 삼성·SK 대체 불가
관세부과 시 美 빅테크 메모리 수급난만 부채질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주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짓는 최첨단 메모리 공장 착공식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오른쪽 세 번째) 미국 상무장관, 산자이 메흐로트라(오른쪽 네 번째)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마이크론 SNS]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미(對美) 투자 압박이 최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넘어 ‘K-반도체의 심장’인 메모리 반도체 공장까지 미국 이전을 요구하면서 양사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향후 전개될 한미 양국 무역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미 투자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 수위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공언대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투자 계획부터 생산지 전략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다만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쇼티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 폭탄이 자칫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까지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K ‘용인 1000조 프로젝트’ 와중에 날벼락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구축하고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 [게티이미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주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러트닉 장관의 ‘메모리 반도체 관세 100%’ 발언이 나온 직후 정부와 대미 협상 전략을 짜기 위해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러트닉 징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 기업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미국으로 들어와 생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돼 파장을 몰고 왔다.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한국산 메모리에 고강도 관세를 때리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세계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자국에 대규모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를 감행하자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관세 전문가’로 내세우는 이미지와 문구를 잇달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산 마이크론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부터 밀리게 된다. 엔비디아와 AMD가 자사 AI 가속기에 한국산 HBM 대신 가격이 저렴한 마이크론 제품을 우선 탑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결국 ‘HBM 큰손’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지만 핵심 메모리 생산시설은 국내에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 공장을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다만 HBM 양산 거점은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으로 한정하고 있다.
아울러 양사는 이미 경기도 용인 일대에 각각 360조, 600조원을 투입해 초대형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추가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의 무리한 요구가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크론, 삼성·SK 대체불가…美 빅테크 메모리 수급난만 부채질
당장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겐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자국 기업들의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산 67%를 점유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6%에 불과하다.
마이크론의 생산능력이 한국 양대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가운데 메모리 시장의 수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메모리 쇼티지’로 인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6세대 HBM4의 경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상당량의 메모리 수급을 계속 한국 기업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마이크론이 서둘러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양산은 2~4년 후에 시작되는 만큼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완전히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첫 번째 공장을 짓고 2027년 중반부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다호주 2공장 역시 내년에 착공해 2028년 말 가동 예정이다. 이번에 착공식을 한 뉴욕주 공장은 총 1000억달러 규모로, 2030년부터 공급 개시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K-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미국 IT 기업들은 당장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한국산 메모리를 구매하거나 마이크론의 제품을 받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메모리에 관세를 부과하면 당장 마이크론이 혜택을 볼 거 같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겐 큰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피해 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