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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해준게 뭐가 있나” 독일 MZ, 징병제 반대 시위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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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해준게 뭐가 있나” 독일 MZ, 징병제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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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주택난에 거리로 몰려나와
“우리가 왜 기성세대 위해 희생해야 하나”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학생들이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학생들이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이 군 복무에 대한 Z세대의 회의적인 태도 탓에 모병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징병제 부활을 구상하고 있다.

18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1월 1일 자로 자원 입대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되, 신병이 부족할 경우 강제로 징집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군 복무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이달부터 2008년생 남녀 약 70만명을 대상으로 신체 조건과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응답 의무는 남성에게만 있으며, 이들은 복무 의사와 관계없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새 제도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수만 명의 10대 학생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연방 예산의 4분의 1을 노인 연금 지급에 쏟아붓는 나라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16세 학생은 “전투에서 죽을 위험을 감수하느니 러시아 점령하에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또 다른 17세 학생은 “전쟁이 나면 독일을 떠나 해외에 있는 조부모에게 가겠다”고 했다.

이들의 반발은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WSJ는 짚었다. 암울한 취업 전망과 높은 생활비에 직면한 청년들이 군 복무를 “기성세대를 위해 희생하라”는 요구로 보고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전, 냉전, 그리고 유럽에서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의 영향을 받은 1970~80년대 독일 평화운동과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 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에서 한 사람이 '전쟁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에서 한 사람이 '전쟁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 당일 한 사람이 '병역 의무화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병역 의무화 반대 시위 당일 한 사람이 '병역 의무화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10대들의 분노에 20대는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독일에서 인플루언서이자 팟캐스터로 활동 중인 시몬 드레슬러(26)는 “과거 정치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폭력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비교적 특권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조차 자기 집조차 가질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군 복무를 요구하고 있다. 대체 누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라는 거냐”고 했다. 대학생 베네딕트 차허(25) 역시 “민주주의에서는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 그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받는다”며 “그런데 학생들이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고 했다.


독일 정부도 Z세대의 이 같은 불만을 인지하고 입대를 유도하기 위해 유인책을 내걸고 있다. 새로운 군 복무 제도에서 자원 입대한 신병은 월급으로 최대 3144달러(약 463만원)를 받는데, 이는 기존보다 932달러 늘어난 금액이다. 또 독일에서 4500달러 이상 소요되는 운전면허 취득 비용의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 다만 이로 인해 일부 10대 신병이 장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현역 젊은 장교 사이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보수적으로 단기 목표를 잡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올해 신병 2만명 등록이 목표라고 밝혔다. 독일 국방부는 현재 18만4000명인 현역병 규모를 2035년까지 26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연간 6만~7만명의 신병이 필요하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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