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테크놀로지리뷰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혁신 기술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4개로 가장 많다. 픽사베이 |
‘MIT 테크놀로지 리뷰’(이하 리뷰)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 주목할 10대 혁신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이 발표됐다.
몇년 안에 우리의 일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10가지 기술을 골라 뽑는 이 행사는 올해로 25번째를 맞았다. 선정 기준은 새로운 기술로 이어질 과학적 성과나 획기적인 치료 기술, 시범단계를 넘어선 새로운 산업기술 등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열풍을 반영하듯 올해 선정된 기술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것들이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지난해 3개에서 올해는 생성형 코딩, 인공지능 동반자, 초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내부 작동 해독 기술을 합쳐 4개로 늘어났다.
생성형 코딩이란 챗봇에 쓰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코딩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리뷰에 따르면 생성형 코딩은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업무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초보자는 물론 전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작성하고 수정함으로써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코딩의 30%, 구글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인공지능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코파일럿(Copilot), 커서(Cursor), 러버블(Lovable), 리플릿(Replit)처럼 코딩에 특화된 강력한 인공지능 덕분에 코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몇가지 지침만으로 앱이나 게임, 웹사이트 등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자연어 프롬프트(지시문)으로 제시하면 모든 코딩 작업을 인공지능이 알아서 하는 바이브 코딩도 확산되고 있다.
리뷰는 그러나 아직은 숙련도 높은 인간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며 인공지능은 허황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제안이 유용하거나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경고했다.
생성형 코딩의 또 다른 영향은 신입 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리뷰는 “코딩 도구는 현재 직장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새 직장을 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와 냉각수가 필요하다. MIT 테크놀로지리뷰 제공 |
인공지능이 친구나 연인으로…규제 강해질 듯
인공지능의 두번째 혁신 흐름은 인공지능 동반자다. 인공지능은 이제 대화를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친구나 연인 같은 역할까지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청소년의 72%가 인공지능을 친구처럼 이용한 경험이 있다.
리뷰는 그러나 챗봇과의 대화는 망상이나 위험한 믿음,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챗봇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10대 2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리뷰는 인공지능 동반자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규제가 점점 다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챗봇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인공지능 모델이 너무나 복잡해서 개발자들조차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리뷰는 그러나 2025년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인공지능 모델의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메카니즘 해독력’(mechanistic interpretability)이라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또 오픈에이아이는 추론 모델이 단계별 작업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내부 독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추론 과정 감시’(chain-of-thought monitoring)이라는 방법을 개발했다.
리뷰는 “이런 기법들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새로운 도구들을 함께 활용하면 거대언어모델(LLM)의 심층 원리를 파헤치고 이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자세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뷰가 네번째로 꼽은 인공지능 기술은 초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다. 초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수십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하나의 슈퍼컴퓨터처럼 묶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병렬 처리한다. 여기엔 수십만km의 광섬유 케이블이 신경계처럼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와 냉각수가 필요하다. 리뷰는 이에 따르는 에너지, 물, 대기오염 문제 등은 사회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한 기업이 제작한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기차. JustAnotherCarDesigner/위키피디아 |
중국, 배터리·차세대 원자로 기술에서 두각
에너지 분야에선 2가지 기술이 선정됐다.
우선 나트륨이온 배터리다. 나트륨은 현재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배터리에 쓰는 리튬보다 저렴하고 풍부하다. 저렴한 비용과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안정성, 긴 수명 주기가 장점이다. 에너지 밀도는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리뷰는 이 분야에선 중국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 배터리를 장착한 이륜차 4개 모델이 중국에서 출시됐다.
다른 하나는 더 작고 안전성이 높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이다. 크기가 더 작고 제조 공정이 더 간단해지면 원자력발전의 유연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용융염, 납 같은 냉각수 대체 냉각재도 개발되고 있다. 리뷰는 “중국이 새로운 원자로 기술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문제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1만3천년 전 멸종된 늑대 ‘다이어 울프’의 일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늑대들. 생후 3개월 시점에 찍은 사진이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단 하나의 염기만 교정해 유전질환 치료
생명과학 분야에선 3가지 기술이 꼽혔다.
우선 염기 편집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이다. 염기 편집이란 유전자 조각이 아닌 단 하나의 염기만을 교정해 유전자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5월 간 효소를 정상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는 희귀 대사질환을 가진 아기 KJ 멀둔이 이 방법으로 유전자 치료를 받은 최초의 환자였다.
둘째는 유전자 복원 기술이다. 오래 전에 사라진 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복원해 현대의 생물종에 재현하는 기술이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기술을 이용해 1만3천년 전에 멸종한 북미대륙의 늑대 다이어울프의 일부 유전자를 가진 늑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뷰는 이러한 기술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거나, 기후 변화에 강한 새로운 식물을 개발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드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셋째는 배아 유전자 검사 기술이다. 몇년 전부터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P) 기술을 통해 유전자 질환을 진단하는 서비스가 나왔다. 검사 결과를 위험 점수로 매겨 최적의 배아를 고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최근 질환이 아니라 지능 등 개인의 특성까지 검사하는 서비스가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리뷰는 “현재 미국에서만 100곳 이상의 난임 클리닉에서 이 검사를 해주고 있다”며 이는 경쟁을 유도해 검사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배스트 스페이스의 민간 우주정거장 헤븐1 상상도. 왼쪽에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이 도킹돼 있다. 배스트 스페이스 제공 |
올해 첫 민간 우주정거장 발사
우주 분야에서도 한 가지가 꼽혔다. 민간 우주정거장이다.
1990년 미국과 러시아가 합작해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이제 노후화돼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그 이후에는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액시엄 스페이스, 블루오리진, 배스트 스페이스, 보이저 스페이스 등이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스트 스페이스가 오는 5월 처음으로 우주정거장 모듈 ‘헤븐1’을 발사할 계획이다. 회사 쪽은 계획대로라면 초기에는 버스 크기의 거주 시설에서 4명의 승무원이 10일 동안 머물 수 있다고 말한다. 액시엄과 보이저는 2028년, 블루오리진은 2030년에 각각 우주정거장을 발사할 계획이다.
라뷰는 “민간 우주정거장의 체류 비용은 초기엔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이지만, 연구자와 국가 우주 기관, 우주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들의 우주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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