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숨만 쉬어도 원화값 떨어지는데 달러라도 더”···고환율·고물가에 달러 직접 모으기에 눈돌린 짠테크족들

조선일보 유준호 기자
원문보기

“숨만 쉬어도 원화값 떨어지는데 달러라도 더”···고환율·고물가에 달러 직접 모으기에 눈돌린 짠테크족들

서울맑음 / -3.9 °
앱으로 달러 벌고, 금 채굴까지
수수료 무료 활용 ‘환전 단타’도
고환율과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짠테크(아끼기+재테크)’족들의 투자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 쿠폰이나 커피 한 잔 값을 모으던 국내형 앱테크를 넘어, 이제는 달러와 금 같은 실물 자산을 직접 모으는 이른바 ‘글로벌 앱테크’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달러·금 캐는 ‘디지털 광부’들

최근 짠테크족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달러 적립’과 ‘금 채굴’이다. 직장인 유모(32)씨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해외 설문조사 앱을 켠다. 영문 설문에 응답하면 건당 0.5~6달러가 적립되고, 모은 포인트는 페이팔(PayPal) 계좌를 통해 현금화한다.

유씨는 “사흘 만에 10달러 넘게 모아 해외 직구 결제에 썼다”며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선 달러를 직접 모으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2024년 7월 미국에서 출시된 이 앱은 한국어 이용 약관과 안내 페이지를 제공하며 국내 이용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유씨는 PC나 모바일의 유휴 인터넷 트래픽 일부를 공유하고 달러로 보상받는 앱도 함께 사용 중이다. 그는 “한번 설정해 두면 한 달에 3달러 이상은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광고 시청이나 특정 사이트 방문을 통해 소량의 금을 보상으로 받는 ‘가상 금 채굴’ 앱도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다. 직장인 이모(38)씨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자투리 시간을 써서 가격이 오르는 실물 자산을 모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금융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996년 이후 출생자의 77.7%가 앱테크에 참여하고 있었고, 이 중 절반 이상(51.5%)은 매일 앱테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테크 이용자들은 평균 3.8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앱테크 열풍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환율과 자산 가격 변동을 수익 기회로 삼으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며 “달러와 금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란 시장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핀테크 앱 활용한 ‘달러 단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핀테크 앱을 활용한 ‘소액 환테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 트래블월렛, 스위치원 등 환전 수수료가 없거나 우대율이 높은 플랫폼이 주무대다.

일부 환전 앱에서는 실시간 환율 반영은 물론, 목표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사고파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점심과 커피 값을 아끼면 하루 10달러 안팎의 투자 여력이 생긴다”며 “5원 정도 환율 변동 폭 안에서 달러 매수,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환전 앱 간 매수·매도 가격 차이를 활용해 소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종의 ‘앱 갈아타기 전략’이다. 1000만원을 핀테크 앱에 예치해 두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타이밍만 잘 맞추면 한 번 거래에 손쉽게 2만원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외화 단타 매매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핀테크 플랫폼 내 환전 수수료는 무료일 수 있지만, 외화 계좌 송금이나 현금 인출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과도한 투자는 위험하다”며 “수수료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가용 자산 범위 내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유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