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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를 산업으로 정의하고 설계한 인터컴의 40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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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를 산업으로 정의하고 설계한 인터컴의 40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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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의를 ‘산업’으로 정의한 국내 최초 MICE 기업

-정상회의 8회·국제회의 2,000건 이상으로 구축된 다자외교 운영 구조

-APEC 2025를 통해 검증된 40년 현장 경험과 글로벌 컨설팅 역량 발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누군가는 이미 지금의 스타트업이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시장도 투자도 레퍼런스도 없던 1980년대 중반, 국제회의 하나를 제대로 치러보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은 조직은 40년 뒤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한 글로벌 정상외교 무대를 운영하고 컨설팅하는 대한민국 대표 MICE 기업이 됐다.

인터컴 최태영 대표는 현장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국가의 얼굴이 되는 회의, 세계가 주목하는 정상외교의 무대, 산업과 담론이 태어나는 공간까지. 그가 걸어온 40년의 궤적은 곧 한국 MICE 산업이 만들어져 온 방식과 겹쳐진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시장’을 택하다


인터컴의 출발점은 거창한 사업 계획서가 아니었다. 1985년, 국제회의를 전문적으로 기획·운영한다는 개념 자체가 한국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기였다. 해외 연사가 오고 국제 행사가 열리긴 했지만, 회의는 통역과 의전, 행사 운영이 뒤섞인 일회성 이벤트에 가까웠다.


최태영 대표는 국제회의를 하나의 산업으로 판단했다. 국제회의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국가와 조직이 세계를 상대로 자신을 설명하는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는 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nvention Services(ICCS) INTERCOM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며, 국제회의를 ‘제대로 치르는 방식’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1988년 “88서울올림픽 스포츠과학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인터컴은 국내 최초로 국제회의 운영 전산화를 시도했고, 민간기업 최초로 턴키 방식 국제회의 수주에 성공했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정의하고 그 기준을 직접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그때는 국제회의를 사업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시절이었어요. 다만 누군가는 이 일을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우리가 맡아보자고 했던 겁니다.”



한국 MICE 산업의 역사이자 산 증인, 인터컴의 최태영 대표

정상회의와 세계지식포럼, 국가의 얼굴을 설계해온 40년


인터컴의 성장사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확장돼 온 흐름과 맞물려 있다. 2000년 창립된 세계지식포럼은 25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2007년 시작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는 인터컴이 코어 PCO로 참여하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국가 정상외교의 무대에서도 인터컴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와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비롯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의 핵심 현장을 운영해 왔다. 다자간 정상회의 운영만 8회로, 국내 최다 기록이다.


이처럼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무대에서 인터컴이 반복적으로 선택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운영한 국제회의·컨벤션만 2,000건 이상. 축적된 경험은 곧 신뢰의 다른 이름이었다.

“국제회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한 번의 실수는 그 나라와 조직 전체의 인상으로 남을 수 있죠.”

최근 인터컴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2025년 APEC 정상회의다. 인터컴은 APEC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 1,2,3차 고위관리회의(SOM)를 포함한 다수의 회의 운영과 함께 정상회의 미디어센터 조성과 운영, 그리고 2025년 APEC 정상회의등 다자외교 일정을 총괄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APEC은 단일 행사가 아니다.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고위관리회의와 실무 회의, 각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수천 명의 취재진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외교 프로젝트다. 개별 일정이 아니라, 운영 구조 전체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무대였다. 이번 APEC 운영의 핵심에는 인터컴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다자간 정상회의 운영 경험과 협업 구조가 있었다.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움직이는 팀이 존재했기에, 장기간 이어지는 복합 일정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었다.

최태영 대표는 “우리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운영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행사’가 아니라 ‘산업’


인터컴의 4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행사 경험’이 아니라 ‘산업 구조’다. 국제회의를 많이 해본 회사는 많지만, 국제회의를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든 기업은 드물다. 최태영 대표는 일찍부터 이 차이를 의식했다. 한 번 잘 치른 회의보다, 다음 회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준과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1985년 인터컴을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정부 주관 국제행사는 민간에 턴키로 맡기는 구조가 아니었다. 대부분 부분 용역에 그쳤고, 민간 PCO가 총괄 운영을 맡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전환점은 1999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3일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 가 민간 턴키 방식으로 발주됐고, 인터컴이 이를 총괄 운영했다. 이 행사를 기점으로 정부 발주 국제회의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그 행사는 하나의 프로젝트라기보다, ‘민간도 국가 행사를 총괄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한 사례였어요.”

이후 인터컴은 특정 이벤트가 아니라, 동일한 구조와 기준으로 다자간 정상회의를 연속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다자외교 현장을 함께해온 장기 협업 구조다. 일부 파트너는 30년 이상, 다수는 20년 넘게 같은 기준으로 같은 무대를 공유해왔다.

중요했던 것은 파트너를 ‘쓰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었다. 인터컴은 협력사를 단순 하도급으로 대하지 않았고, 무리한 단가 압박이나 관행적인 네고를 지양했다. 장비와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어야 현장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판단에서다.

“국제회의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인 팀들이 같은 기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최태영 대표는 “성공한 국제회의에는 에피소드가 없다”고 말한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일정이 흘러간다는 사실 자체가, 시스템과 관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터컴을 함께 이끄는 석재민 대표(좌)와 최태영 대표(우)

세계가 먼저 찾은 한국의 MICE


인터컴의 경험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과거 한국에서 열린 “2012 핵안보정상회의”시 깊은 인상을 받은 UAE 대통령궁 관계자가 훗날 다시 인터컴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서 경험한 회의 운영 방식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인터컴은 UAE로부터 컨설팅 제안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컨벤션 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례적인 해외 수출로 이어졌고, 인터컴은 업계 최초로 컨벤션 서비스 해외 수출을 기록하며 1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전에도 인터컴은 몽골, 미얀마를 비롯한 국가에서 정부 주관 국제행사 운영 및 자문 요청이 이어졌고, 인터컴은 회의 운영 뿐 아니라 구조와 기준을 함께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국 뉴욕에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을 확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행사 대행이 아니라, 한국에서 축적된 운영 방식이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K-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한국이 국제행사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라, 기준을 묻는 단계로 넘어왔어요.”

수치로 증명된 40년, 그리고 다음 무대


인터컴은 지금까지 다자간 정상회의 8회를 운영하며 국내 최다 기록을 세웠고, 국제회의·컨벤션 운영 실적은 2,000건을 넘어섰다. 업계 최초로 은탑·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대통령 표창도 다수 받았다. 무엇보다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며, 프로젝트 기반 산업에서 보기 드문 재무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태영 대표가 말하는 다음 목표는 숫자에 있지 않다.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한국에서 축적된 MICE 운영의 기준을 해외 무대에서도 통용 가능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드는 것이다. 행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 협업 방식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해온 것처럼, 해외에서도 신뢰받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MICE 산업에서도 한국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대에 시작해, 산업의 언어와 구조를 먼저 만든 사람. 인터컴 최태영 대표의 40년은 한 기업의 연대기가 아니라, 한국 MICE 산업이 세계와 연결돼 온 과정 그 자체다. 그리고 그 궤적은 이제 국경 너머로 이어지고 있다.

한혜선 스타업 기자단 sunny@lunacellb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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