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닉 NPE에 잇단 피소…글로벌 점유율 커질수록 표적
비용 부담 넘어 경쟁력 훼손 우려…"산업 차원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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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올라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승승장구하면서 만약 승소할 경우 금전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특허괴물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인 셈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특허권자 정책 강화로 NPE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NPE들의 공격적 소송이 잇따르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법정에 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실제 특허침해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소송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법정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 반갑지 않다.
삼성·SK하이닉스 잇단 피소…"잘나갈수록 표적 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월 중국계 NPE인 어드밴스드 메모리 테크놀로지(AMT)로부터 부스터 회로 등 핵심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피소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계 NPE 모노리식3D로부터 또 다른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반도체 특허관리법인 넷리스트로부터 소송을 당해 총 4억2115만달러(약 6300억 원)를 지급했다. 넷리스트는 앞서 2021년 SK하이닉스와도 4000만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최근에는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둘러싼 추가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들 NPE는 실제로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 과거 등록된 포괄적이고 모호한 특허를 사들인 뒤 이를 근거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주된 사업 모델이다. 업계에서 '기술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소송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실적 개선 자체가 NPE 소송 유인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출 규모가 크고 시장 영향력이 클수록 배상액 산정에서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정보업체 유니파이드 페이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지방법원과 특허심판원(PTAB)을 합쳐 198건의 특허소송에 피소돼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송이 남발되는 데는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특허무효심판(IPR) 개시 요건이 대폭 강화되며 피소 기업의 방어 수단이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IPR은 피소 기업이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에서 특허의 유효성을 신속히 다툴 수 있는 핵심 제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일 특허 관련 소송 진행이나 절차 남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개시 자체가 재량적으로 거부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종전 30% 수준이던 IPR 개시 거절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90%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소 기업은 특허가 무효라는 걸 증명하거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다. 사실상 대응 카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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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 넘어 경쟁력 훼손 우려…"산업 차원 대응 필요"
문제는 특허소송이 단기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송은 대부분 수년간 이어지고 막대한 법률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 이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 공급망 안정화에 투입돼야 할 자원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연방기관들이 개별 소송에 직접 개입하며 특허권자 입장을 지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 특허청과 법무부 등은 삼성전자와 넷리스트 간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강력한 특허 집행이 공공이익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넘어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펌 선임이나 특허 포트폴리오 확충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미 특허 정책 대응, 국제 공조, 제도 개선 요구 등을 포함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가 기술 경쟁을 넘어 지식재산 정책이라는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며 "AI 슈퍼사이클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특허괴물' 문제를 산업 생존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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