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논현논단_김영용 칼럼] ‘경제 대도약’ 설계주의로는 안된다

이투데이
원문보기

[논현논단_김영용 칼럼] ‘경제 대도약’ 설계주의로는 안된다

속보
포르투갈 대선에서 세구루 후보 20.67득표로 2차 투표행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前 한국경제연구원장
국부 창출하는 성장주체는 기업가
정치인·관료는 ‘가치 지향점’ 달라
통화량 잡고 시장질서 재정비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은 모든 분야가 성장하는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1%대 후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3%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이 재정경제부는 금년 성장률 목표로 2%를 내걸고, 이를 위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거시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균형성장 및 양극화 극복, 대도약 기반 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 15대 과제와 50대 세부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특별위원회 설립, 초혁신경제구현, 국가전략산업육성, 민관의 방산 지원 체계 강화, 한국형 국부펀드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를 설립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경제 대도약의 기반을 다진다는 방대한 계획 등이 담겨있다.

이는 물론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선언과 정책은 경제 질서를 확장해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시장경제 체제의 정비가 아니라 계획과 설계를 강조하고 있어 실패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성장의 의미와 누가 성장 주체가 돼야 하는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경제 성장은 단순한 생산의 증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유·무형의 물건에 부여하는 가치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누가 그런 물건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위의 선언과 계획을 보면 정부가 그런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그런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 수많은 사람을 가난으로 몰아넣은 사회주의다). 그런데 누구든지 수많은 사람의 가치를 단박에 아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윤과 손실 체제인 시장경제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실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능을 하는 사람이 바로 기업가다. 이들에게 그런 가치를 식별하는 남다른 직관력이 없지는 않지만, 이들도 반복된 실험을 통해 발견한 물건을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부를 얻고 경제 성장을 이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가는 자본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를 상실하고 시장에서 퇴출된다.

반면에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은 냉엄한 이윤과 손실 체제인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개인적 가치관이나 도덕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인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행위가 소비자를 위한 결과를 낳기는 몹시 어렵다. 이는 곧 경제 성장의 주체는 기업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금 정부·여당은 경제 성장을 추동하고 민생을 위한다는 좋은 의도로 정책과 법을 만들고 있지만, 모두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들이다. 기업 현장을 분규의 장으로 만들어 기업과 노동자를 함께 망가뜨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일명 노란봉투법), 기업가의 사유 재산을 침해하고 경영권 유지를 위태롭게 할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3차 상법 개정안, 임금과 소득과 일에 대한 각자의 태도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노동 시간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들이다.


국부펀드와 국민성장펀드는 누가 운용할지 모르지만, 펀드의 주인이 아닌 운용 주체는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 결과는 뻔하다. 산업발전법이 산업 발전은커녕 산업의 퇴보와 기형 구조를 낳듯이 특별위원회는 특별하게 기업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정치권에는 서로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균형 발전론이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성장의 마중물로서 정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틀린 이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빈 곳간에서 재정을 확대 투입하려면 국채를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민간이 사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이 인수할 것이므로 통화량이 늘어 물가만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실물 부문은 침체 국면인데 금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연일 오르는 현상은 2007~2008년의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늘어난 통화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풀린 돈을 생산 부문으로 유도한다지만, 특정 기간의 저축을 웃도는 투자는 있을 수 없으므로 이 또한 틀린 말이다. 풀린 돈을 먼저 쥔 기업이 투자하면 다른 기업의 투자는 그만큼 줄어들고 물가만 오를 뿐이다. 계속 돈을 풀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경제의 생산구조와 소비구조가 어긋나 파국에 이른다.


결국 누구나 소망하는 2026년을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려면 엄청나게 풀린 돈과 온갖 규제로 망가진 시장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복잡다단한 대규모 사회는 여러 부문이 서로 조정되는 확장된 경제 질서에 따라 움직이고 성장하는 것이지, 계획과 설계로 조정하여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