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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늑대 배 갈라보니… “죽기 전 '털코뿔소'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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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늑대 배 갈라보니… “죽기 전 '털코뿔소'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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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사진=CNN 캡처 / Mietje Germonpre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사진=CNN 캡처 / Mietje Germonpre


1만 4000여 년 전 빙하기 늑대의 위 속에서 멸종한 털코뿔소의 흔적이 발견됐다.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미라의 위장에서 다른 동물의 유전체를 발견해 전체 게놈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며 스웨덴 스톡홀름대 카밀로 차콘-두케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게놈 생물학 및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에서 빙하기 늑대의 위 속에 있던 털코뿔소 조직을 이용해 전체 게놈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분석한 표본은 지난 2011년 시베리아 북동부 투마트 마을 근처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 새끼 늑대다. 1만 4400년 전 시베리아 초원에서 서식하던 생후 2개월 된 새끼 늑대는 먹이를 먹고 얼마 뒤 땅굴에 파묻혀 숨진 것으로 추측된다.

추운 날씨로 미라화된 늑대는 위 속의 음식물까지 보존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 늑대 새끼의 위에서 털이 많은 고깃덩어리를 발견해 분석한 결과 현재는 멸종한 털코뿔소 일종인 '코엘로돈타 안티키타티스'(Coelodonta antiquitatis)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뱃 속에서 나온 소화되지 못한 털코뿔소 조직.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브 달렌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늑대 뱃 속에서 나온 소화되지 못한 털코뿔소 조직.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브 달렌


차콘-두케 박사는 “형태학적 분석 결과, 이들은 산 채로 매장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순식간에 죽었고, 그래서 사체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소화기관이 조직을 완전히 분해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형태가 보존됐다)”고 말했다.

다 자란 털코뿔소는 현재 가장 큰 코뿔소종과 크기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발펴된 한 연구에서는 새끼 늑대의 몸에서 별다른 부상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털코뿔소를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털코뿔소의 표본은 비교적 흔하지만, 멸종 시기에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표본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귀중한 자료가 됐다.

연구팀은 털코뿔소의 가장 가까운 현존하는 친척인 수마트라코뿔소를 참고해 늑대와 털코뿔소의 식별했다. 이후 털코뿔소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이를 1만 8000년 전과 4만 9000년 전으로 연대가 추정되는 표본의 고품질 털코뿔소 유전체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마지막 빙하기 동안 털코뿔소의 유전체 다양성, 근친교배 수준, 해로운 돌연변이 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근친교배가 증가하거나 유전적 상태가 악화한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멸종에 가까워지면 보통 개체가 줄어 근친교배가 늘고 돌연변이 등 유전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과 상반된다.

연구팀은 털코뿔소가 멸종 직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개체군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털코뿔소의 멸종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났고, 빙하기 말(약 1만 1000년 전) 전 지구적 기후 온난화가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봤다.


공동 저자인 러브 달렌 진화유전체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최초의 인류가 시베리아 북동부에 도착한 이후 1만 5천 년 동안 털코뿔소가 생존 가능한 개체군을 유지했음을 보여준다”며 “인간 사냥보다는 온난화가 멸종의 원인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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