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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넉 달하고도 보름쯤 남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다. 게다가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도 여럿 있을 것이다. 여야 모두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내란 정국’을 확실하게 청산하는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히 정청래 대표의 정치적 승부처가 될 것이다.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지가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까지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손에 쥐는 셈이다.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정권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정혁신을 위한 최고 수준의 ‘골든타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무기력한 야당으로는 집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어렵다.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이 긴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무기력에 더해 자중지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 심각하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 국민의힘은 2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중도는커녕 보수층에서도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당장 ‘해체 후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보수층 고정 지지율 30% 이하인 24%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명 개정 등으로 당 혁신 요구를 축소하려는 건 지지층의 절박한 요구마저 외면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영남권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겠다면 당 혁신 요구는 멈출 수밖에 없다. 차라리 새로운 보수 정당 출현이 더 낫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세력의 분열을 막고 ‘보수 재건’을 통해 수도권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사실상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형식적 재창당이 아니라 당 체질과 주류 세력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부터 끊어내지 못하면 백 가지 혁신안도 무용지물이다. 결코 건강한 보수와 중도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당대표 등 당내 선거에서 국민여론조사 반영률이 20%에 불과한 것은 결정적인 한계다(당규 43조). 영남권 강성 지지자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소 50% 이상은 반영해야 당 체질 개선에도 유리하다. 그래야 전체적인 민심과도 비슷하게 갈 수가 있다. 따라서 영남권 편향에 더해 당 주류 세력의 당권 유지를 뒷받침하고 있는 20% 조항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그럼에도 이대로 간다면 수도권 민심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도권 보수 신당’의 출현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영남 자민련’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혁신을 위한 조건 하나만 더 짚자면 가장 중요한 것, ‘인적 쇄신’을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특히 당 혁신에서는 사람을 바꾸지 않고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사람을 바꾸기에는 차기 총선이 너무 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주요 당직자들에 대한 쇄신부터 길을 열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이것은 당대표 차원에서도 실행할 수 있기에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다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윤 어게인’ 세력이나 극우 세력에 대한 공천 배제 등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절차다. 중도층과 청년층에 다가설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다음으로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차기 총선에서의 인적 쇄신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일이다. 의지만 있다면 의원총회 결의로도 가능한 일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방선거 이후부터 논의에 들어가도 좋다. 인적 쇄신의 방향과 그 논의를 국민 앞에 설명하고 앞으로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에 그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 이후부턴 국민에게 맡기면 된다. 그것이 민심을 받드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혁신을 말하긴 했지만 사실 쉬 바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당 주류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옳은 길보다 ‘사는 길’이 먼저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권만 빼앗기지 않는다면 그냥 이대로 가도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동훈 전 대표를 어떻게든 찍어 내려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당 혁신론이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인적 쇄신은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당 혁신 방안이 실제로 가동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공당이기에, 보수의 본령을 잇는 제1야당이기에 쉬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수술은 못하더라도 진단만큼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설사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내몰리더라도 왜 그렇게 됐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볼 때 장동혁 대표 체제가 난국을 돌파하기엔 한계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장 대표 본인부터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에 가깝다. 비난이나 냉소가 아니라 고언이다. 이는 당 주도 세력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당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는 현실적으로 답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민심뿐이라는 생각이다. 마침 오는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의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매우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당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설사 버텨내더라도 장동혁 대표와 주류 세력의 당권은 길어야 2년이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는 판이 바뀔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참패를 알고도 선거를 치를 순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당이 두 쪽으로 갈라지기 전에, 이왕이면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진짜 혁신의 동력을 찾았으면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벼랑 끝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아주경제=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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