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
트럼프 2기 출범 1년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는 한편으로는 예측대로 움직였다. 그는 백악관과 미국을, 더 나아가 세계를 하나의 주식회사처럼 다뤘다. '트럼프 주식회사', 혹은 '트럼프 인터내셔널'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모든 주식회사가 그렇듯 '트럼프 주식회사'의 목적도 분명하다. 이익의 극대화다. 최고경영자(CEO)인 트럼프와 최대주주인 '마가(MAGA)' 세력이 장기 집권하며 정치적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전략이 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였다. 이 구호에 투자한 소액주주들, 곧 지지자들을 단단히 붙잡아 두고 다시 '재투자'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트럼프 정치의 핵심이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상장폐지'됐던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경영진의 면모도 달라졌다. 입바른 소리로 내부 균열을 일으킬 인물들은 애초에 배제됐다. 부통령 J.D. 밴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마르코 루비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등은 '트럼프 주식회사'와 운명공동체에 가깝다. 트럼프가 성공해야 차기 CEO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억만장자라는 대형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정치 비즈니스의 핵심인 돈과 조직 면에서 '트럼프 주식회사'는 더 이상 1기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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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식회사의 사업 전략은 크게 세 가지이다. 그 첫 번째는 강경한 이민자 정책이다. 2기 출범 직후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이민 단속을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그 과정에서 군 자산을 포함한 연방 자원 동원이 주저 없이 이뤄졌다. '오퍼레이션 오로라(Operation Aurora)'라는 작전명 아래 칼날을 세운 이민세관집행국(ICE)은 조지아주에서 합법 체류 중인 한국인 노동자들을 수갑을 채워 연행하더니, 최근에는 미네소타에서 단속 과정 중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번째 전략은 제조업 부흥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꺼내 든 치트키는 '관세'였다. 그는 2기 출범 직후 멕시코·캐나다·중국을 한데 묶어 이른바 '펜타닐 관세'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자동차와 철강 등 핵심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품목 관세를 잇달아 부과했고, 마침내 무역 상대국 전반을 겨냥한 상호관세로 정점을 찍었다. 최근에는 그린란드 지원 국가에 대한 보복성 관세, 이란과 교역국에 대한 2차 관세, 반도체 관세까지 연일 엄포를 이어가며 스스로 '관세왕(The Tariff King)'으로 등극했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단순한 통상 수단이 아니었다. 국내 제조업을 되살리는 명분이자,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를 압박해 거액의 투자를 약속받는 지렛대이며, 지지층에게 성과를 과시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마지막 사업 전략은 해외 개입의 축소다. 단순한 후퇴가 아니다. 불필요한 해외 원조와 장기 개입은 과감히 줄이되, 미국의 '마당'이거나 핵심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신(新) 고립주의'나 '먼로 독트린'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트럼프 주식회사의 '글로벌 전략적 인수·합병(M&A)'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압박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을 유도하는 한편, 베네수엘라를 향한 기습적 군사 행동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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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트럼프 주식회사에 결정적 분기점이 있다. 바로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다. '중간 실적 발표 시즌'이다.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지지층에게 보여줄 성과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적 지표가 중요하다. "일자리가 늘었다. 주식이 올랐다. 물가는 내렸다. 해외에서 투자가 늘었다"며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 이 때문에 그의 대외 정책 역시 가치나 이념보다, 선거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래'의 관점에서 재편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초반에는 관세로 압박했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에 맞닥뜨리며 정면 충돌보다는 관리 국면으로 선회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중국은 미국의 물가와 농산물 수입에 직결된, 함부로 끊을 수 없는 '핵심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동맹' 한국은 트럼프 주식회사에게 어떤 거래처일까.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지만,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미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파트너다.
더욱이 '국익실용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눈에 '말이 통하는 상대'로 비친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우리가 함께 간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한국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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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올해 트럼프 주식회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핵심은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한국에 부담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숫자와 성과가 필요하다. 한국은 그 요구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의 가치와 순서를 관리해야 한다.
반도체 관세, 대미 투자, 안보 협력, 북미 대화 등은 모두 협상 테이블 위에 동시에 올라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속도를 조절하며 트럼프가 필요로 할 때 성과를 제공하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분명히 받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트럼프의 압박은 2026년에도 거셀 것이다. 그렇다고 흔들릴 이유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평정심을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Stay calm and carry on'이다.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어쩌라고요"하며 버틸 필요도 있다.
박형주 칼럼니스트
-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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