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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씨 여전한 이란 사태 파장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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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씨 여전한 이란 사태 파장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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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민생시위 실패했지만 이란정권 고심
경제위기에 미국 공습 옵션도 유효
민심동요 지속땐 핵 완전포기 갈수도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이란 시위는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경제난에 시달린 시민들의 처절한 요구가 관철되지도 못한 채 강경 진압으로 힘없이 막을 내렸다. 한 해 생필품 가격 인상률이 80%대에 이르고 아얀데 국책은행의 파산으로 4200만 고객의 재산 회수가 불투명하며 달러당 환율이 시장에서 30배 이상으로 거래되는 극심한 경제 혼란 상황에서 버텨왔던 이란 국민이 대단하게 보일 정도다.

1979년 이란 혁명의 중심 세력이었던 중산층 상인들이 들고 일어난 민생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현 신정 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달 10일 전후로 돌발 변수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위 지지와 노골적인 군사개입 천명으로 평화로운 시위는 갑자기 폭력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신성한 모스크 수십 개가 불타고 관공서가 공격당하면서 100명이 넘는 군경이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피의 학살이 이뤄져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상황 반전을 노린 신정 정권은 12일 곧바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주요 도시에서 군경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장례식을 치렀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친정부 시위로 민생 시위는 동력을 잃었다. 이란 내부 혼란을 이용해 지난해 6월 군사 공격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주요 핵 시설과 핵심 전략 시설을 와해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갑자기 전략을 수정했다. 그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군사 공격으로 신정 체제가 붕괴된 후에 미국과 협력 가능한 정권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란 내부 사정이다. 미국의 47년간 고강도 제재로 반미 정서가 아직 높은 데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야권 구심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과 아랍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시위 확산을 부추겨 신정 정권을 더 궁지에 몰아넣고 그동안 가자지구 점령과 서안 정착촌 확대 공격에 몰두할 시간을 벌고자 했을 것이다. 걸프 왕정 국가들은 이란의 붕괴와 군사적 약화가 자국 국익에 나쁘지 않지만 시민혁명의 성공이 왕정의 정통성에 가져올 위협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아울러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적 자산 배치가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출구 없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생 시위는 언제든 격화될 수 있고, 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공격 옵션도 아직은 유효해 보인다. 이란 정권의 고심도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조기 하야와 비교적 개혁적인 차기 지도자 옹립, 막강한 혁명수비대의 경제적 이권 제약과 선출된 대통령에게 상당한 권력 이양을 통한 민심 수습 방안 등이다. 이상적인 연착륙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보다는 지지층 시위로 두려움을 느낀 핵심 실세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심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으면 결국 이란 핵의 완전 포기를 통해 미국의 경제제재를 푸는 마지막 해법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위는 실패했지만 성공을 예고한 의미 있는 시민 저항으로 평가될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부당한 압박과 이란의 나쁜 지도자가 만들어낸 9000만 명의 고통을 이제는 끝낼 시점이 왔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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