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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딜레마'…깊은 개입도, 손 떼기도 어렵다[이사회의 역설 上_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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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딜레마'…깊은 개입도, 손 떼기도 어렵다[이사회의 역설 上_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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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금융지주 지분 5% 넘는 곳만 7곳
사외이사 추천 가능하지만 관치논란 부담
관여활동 5%…스튜어드십코드도 소극적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국민연금은 금융회사 이사회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두고 항상 이러지도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1400조 국민 자금을 위탁받은 기관으로서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지만,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가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5%를 넘는 금융지주는 iM금융지주(9.14%), 신한지주(9.10%), BNK금융지주(8.79%), 하나금융지주(8.68%), KB금융지주(8.56%), 우리금융지주(6.78%), JB금융지주(6.37%) 등 7곳에 달한다.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지분이다.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나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차원에서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자본시장법상 ‘5%룰’에 따르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 목적을 공시하고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다. 대표적인 권한이 사외이사 추천이다. 다만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을 ‘일반투자’ 또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했다고 공시해 사외이사 추천이 가능한 곳은 KB금융지주가 유일하다.

문제는 이런 권한 행사가 곧바로 ‘관치’나 ‘경영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는 정부 산하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인 만큼 창의성과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에 나설 경우 감독받는 기업에서 통제받는 기업으로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추천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2020년 KB금융지주 일부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4대 금융지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한 사례는 없다.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역시 적극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점관리사안 관련 주주 관여활동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관여활동 대상 기업은 40곳으로, 당해 연도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 1173곳의 3.4%에 불과하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 265곳과 비교해도 15% 수준이다. 경영참여형 주주활동이나 다른 기관투자자와의 협력적 관여활동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법적 불확실성과 개입 논란을 의식한 결과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조금만 나서도 관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늘 선택을 강요받는다”며 “사외이사 추천 여부를 떠나 주주활동이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한, 이런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효숙 기자 (ssoo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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