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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요구는 커졌는데”…금융권 이사회 덮친 ‘관치 인식의 그림자’ [이사회의 역설上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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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요구는 커졌는데”…금융권 이사회 덮친 ‘관치 인식의 그림자’ [이사회의 역설上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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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 지배구조의 최후 보루로 불린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성과와 책임의 균형을 잡아야 할 핵심 기구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거세질수록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은 사외이사직을 ‘리스크 자산’으로 여겨 기피한다. 감독당국의 독립성 강화는 ‘관치 논란’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이사회는 점점 ‘판단의 장’이 아닌 ‘책임의 방패막이’로 기능한다. 감독당국의 책임 요구, 주주권 강화, 사회적 감시 확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사회는 더 많은 책임을 지되 더 적은 선택지를 가진 구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금융권 이사회 인선 논란을 시작으로 책임과 독립성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그 균열이 대기업과 공기업 전반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집중 분석한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2% 임기 만료…인적 쇄신 압박에 인선 경직
독립성 주문이 ‘관치 리스크’로…후보자 고사에 인선 프로세스 ‘시계제로’
성과보다 출신·추천경로 따지는 구조…금융권 지배구조의 역설 심화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대다수가 교체 구간에 진입했지만 현장의 인선 작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과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와 법적 책임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유능한 후보자들이 선임 자체를 고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독립성 강화를 위한 주문이 오히려 ‘정치적 외풍’에 대한 경계심만 키우며 인선 프로세스를 경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32명 중 23명(71.9%)의 임기가 올해 3월 말 만료된다. 지주별로는 하나금융이 9명 가운데 8명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7명), KB금융(5명), 우리금융(3명) 순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최초 선임 시 2년, 이후 연임 시 1년씩 임기가 연장되는 구조다. 그동안 교체 폭은 통상 1~2명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당국의 지배구조 특별점검과 인적 쇄신 압박이 맞물리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부터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실태를 들여다보는 특별조사에 착수한다. 2023년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형식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히 운영 실태 확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사회를 통해 이른바 ‘참호’를 구축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권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고강도 메시지는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인적 쇄신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국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 관여를 확대하라는 주문도 이어가고 있다. 16일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와 CEO 선임·승계 절차 개선을 위해 주주 통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주 추천 사외이사제 활성화와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 도입 구상도 이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KB금융(8.28%), 신한금융(9.13%), 하나금융(8.77%)의 최대 주주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금융지주에 또 다른 ‘관치 리스크’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공적 기관의 영향력이 이사회 구성에 직접 반영될 경우 경영 자율성이 약화되고 투자자들에게 관치 금융 확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사회 구성에 공적 기관의 영향이 직접 반영되면서 자율적 의사결정이 제약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당국의 압박이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민연금 자체가 국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않은 구조에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국가의 영향력이 이사회에 투사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내부통제 감시 의무와 책무구조도 도입 등 법적 책임은 구체화된 반면 경영 판단을 보호할 장치는 부족해 유능한 전문가들이 사외이사직을 고사하면서 이사회의 질적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금융지주의 폐쇄적인 선발 관행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지주가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금융사고와 연임 부작용이 반복되면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의 인사 관여가 강화될 경우 경영 개입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투데이/박민석 기자 (min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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