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장항배 교수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위산업,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산업의 핵심기술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경쟁수단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산업주권과 안보를 구성하는 전략자산으로 인식된다.
한국은 이러한 전략산업 전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기술 기반 성장구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되고 산업 간 융합과 글로벌 협력이 확대되면서 기술의 생성·축적·이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안 위험 또한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인력의 이동확대, 기술이전과 해외진출의 일상화, 개방형 연구환경의 확산은 기존의 규정 중심·사후 대응형 기술보호 방식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외 주재원의 기술자료 불법 반출, 연구원의 기술 기반 창업 및 해외이전, 대학 내 그림자 연구실(Shadow Lab)을 통한 연구성과 이전사례는 기술유출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기반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임을 시사한다. 기술유출은 기업의 손실을 넘어 공급망 불안정, 전략산업 경쟁력 약화, 국가 기술주권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경제안보 위험의 현실화로 연결된다.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중심으로 국가핵심기술 지정, 기술수출 승인, 해외 인수·합병 심의 등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산업과 연구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생애주기와 산업구조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보호조치를 설계·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이 전제돼야 한다.
기존의 정보보호나 개인정보보호 중심 직무체계는 전자정보 및 정보시스템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정보주체의 권리보장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술 자체와 기술의 흐름을 관리대상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 직무와는 분명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산업기술 R&D 보안관리, 기술 중요도 평가 및 국가핵심기술 판정, 인력·시설·시스템 보안관리, 실태조사 및 사고대응, 수출승인 및 인수·합병 보안관리 등을 포괄하는 산업기술보호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다. 산업기술보호 NCS는 기술보호를 단순한 통제나 제한이 아닌 전략기술의 안전한 활용과 책임 있는 공유를 전제로 한 전문 직무역량으로 정립하는 출발점이다.
산업기술보호 NCS 개발과 심의의 병행 추진은 직무 표준화를 넘어 교육·자격·채용으로 연계되는 사람 중심의 경제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전환점이다. 결국 경제안보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경제안보는 산업기술보호 NCS 개발부터 시작된다.
장항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