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 밀라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가온
최가온이 18일(한국 시각)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FIS(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92.5점으로 2위 구도 리세(일본)를 9.75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EPA 연합뉴스 |
역사적인 올림픽 3연패냐 새로운 여왕의 대관식이냐. 다음 달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선 미국의 클로이 김(26)과 고교생 보더 최가온(18)이 벌일 불꽃 튀기는 대결이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클로이 김은 2018평창·2022베이징 올림픽서 연속 금메달을 딴 이 종목 최강자다. 반면 최가온은 밀라노에서 첫 출전에 나서는 올림픽 새내기다. 경력만 보면 비교가 어려운 수준인데, 최근 최가온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가온은 18일 스위스 락스에서 끝난 2025-2026 시즌 FIS(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92.5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올 시즌에만 월드컵 세 번째 우승이다. 1차 시기 도중 넘어져 21.25점에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 5가지 기술을 모두 성공하며 역전 우승했다. 2위 구도 리세(17·일본)에게 9.75점 앞섰다. 최가온은 FIS 월드컵 통산 4승을 기록하면서, 이상호(3승·남자 스노보드 평행회전·대회전)를 제치고 한국인 월드컵 최다 우승자가 됐다.
클로이 김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클로이 김은 열여섯 살인 2016년 월드컵에 데뷔해 통산 12승을 거뒀는데, 한 시즌에 3승을 올린 적도 없다. 최가온이 올 시즌 두드러지는 성장세로 클로이 김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
◇역전의 명수 vs 초전박살
최가온과 클로이 김은 올 시즌 정면 승부를 벌인 적이 없다. 클로이 김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을 이유로 최가온이 우승한 대회에 불참하거나 결선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라노 올림픽에서의 ‘진검 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가로로 자른 듯한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여러 차례 점프 동작을 펼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두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최근 세 차례 대회 기록을 분석해보면 기술이나 경기 운영 스타일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선은 승부를 결정하는 시점이 다르다. 최가온은 올 시즌 3승을 모두 2차 시기 역전으로 이뤄냈다. 1차 시기에서 넘어진 기술을 2차 시기에서 다시 반복해 성공한 것이다. 스노보드계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1차 시기 기술을 구성하는 선수들과 달리, 최가온은 1차 시기부터 주저 없이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긴장도 푼 뒤, 그 실패를 2차 시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가온의 최종 스코어가 ‘모 아니면 도’인 것도 1차 시기의 기술 구성을 2차 시기 때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반면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일찌감치 고득점을 확보한 뒤 상대를 압박해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1~2월 FIS 월드컵(2승)과 3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모두 1차 시기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다.
◇올림픽용 ‘비장의 무기’는?
최가온은 올 시즌 우승한 세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스위치 백’(주 스탠스 반대 발로 치솟아 등쪽으로 수평 회전) 기술로 주행을 시작했다. 스위치 백으로 두 바퀴(720도)나 두 바퀴 반(900도)을 돈다. 여자 선수 중 900도 스위치 백을 하는 선수는 최가온밖에 없는 걸로 알려졌는데, 최가온은 올림픽에서 반 바퀴를 더 회전하는 ‘스위치 백 10(1080도)’ 기술로 금메달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관계자는 “평소엔 세 바퀴 반(1260도)까지도 연습하지만, 월드컵에선 드러내지 않았다”며 “두 기술 중 하나를 올림픽 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클로이 김은 전매특허인 ‘캡 더블콕 10’(반대 발로 솟아올라 가로축으로 세 바퀴 회전하며 상하로도 두 바퀴 회전)이란 확실한 무기가 있다. 세 바퀴 반 회전을 2회 연속으로 구사하는 ‘필살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초 훈련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탓에 컨디션에 기복이 심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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