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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도 안 하고 임차인부터 모집… 서민 울리는 장기민간임대 아파트

조선일보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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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도 안 하고 임차인부터 모집… 서민 울리는 장기민간임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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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제재 규정 명확하지 않아
계약전 지자체에 직접 확인해야
13일 경기 양평군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10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아파트는 10년 임대를 살고 추후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장기민간임대' 사업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자체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임차인 모집 신고가 완료되지 않았다./황규락 기자

13일 경기 양평군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10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아파트는 10년 임대를 살고 추후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장기민간임대' 사업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자체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임차인 모집 신고가 완료되지 않았다./황규락 기자


지난 13일 찾은 경기 양평군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10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실내 곳곳에는 ‘10년 후 분양 전환 우선권’, ‘청약통장·주택 소유 상관없이 내 집 마련 가능’ 등 문구가 붙어 있었다.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59㎡는 전세금 2억원 정도만 내고 신축 아파트에서 10년간 거주하면 2억7000만원 수준에서 분양 받을 수 있다”며 “중간에 시세 차익을 보고 권리를 팔 수도 있고, 세금 부담도 없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양평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사업계획 승인은 물론, 임차인 모집 신고도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금을 내도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장기민간임대 아파트를 둘러싸고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임의 조합이나 사업자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상태로 계약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런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정환 변호사는 “겉으로는 임차인을 모집한다고 홍보하지만, 행정기관에는 투자자 모집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에 투자 모집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는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기민간임대주택 피해는 용인·수원·화성 등 수도권을 넘어 광주·울산·대전·포항 등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화성시에서는 3년 전 장기민간임대를 내세운 한 사업자가 700여 명의 계약자를 모집했지만, 지금까지도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 3000만원의 계약금을 넣은 이모 씨는 “해당 사업자가 지금은 주변에서 또 다른 장기민간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막으려면 계약 전 지자체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해당 사업자나 조합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는지, 임차인 모집 신고를 완료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조건으로 계약을 유도하거나, 회원가입·조합 가입 형태로 임차인을 모집하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임의단체나 사업자가 지자체 승인 없이 예비 임차인을 모집하거나 자금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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