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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도한 노동자 보호, 자동차산업 위기 키운다

조선일보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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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도한 노동자 보호, 자동차산업 위기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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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호근 대덕대 교수

기고/이호근 대덕대 교수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기술이나 수요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책과 제도 환경 변화가 자동차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연결형 산업이다. 완성차 생산 라인 하나가 멈추는 순간, 부품 제조와 물류, 유통, 정비, 애프터마켓까지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한다. 단일 사업장의 분쟁이나 특정 물류 거점의 차질도 산업 전체의 병목으로 확대된다. 특히 부품 유통과 애프터마켓의 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작지 않다. 부품 공급이 중단될 경우 중소 부품 대리점과 지역 정비업체부터 타격을 입는다.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최근 한국GM 세종 부품 물류센터에서 벌어졌다. 계약이 종료된 기존 물류업체와 신규 업체 전환 과정에서 고용 승계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물류센터 점거와 운영 차질로 부품 공급이 지연되며 부품 대리점과 협력 서비스센터의 경영 부담이 급증했다. 특정 기업의 노무 분쟁을 넘어 산업 전반의 취약한 연결 구조를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책임의 경계가 급격히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사 간 계약과 고용 구조에서 발생한 사안이지만 한발 떨어져 있는 원청 기업에 사실상 모든 책임을 요구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책임을 떠안게 되면 경영 판단은 효율이나 경쟁력이 아니라 리스크 회피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모트라스 광주공장과 관련된 운송 위탁 사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단계 하청 구조와 운송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자 아예 사업 자체에서 손을 뗀 것이다.

완성차 산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반복되고 있다. 매년 이어지는 임금 협상과 파업은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를 넘어 글로벌 공급 일정 불안, 거래선 신뢰 하락,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동차 회사가 국내 설비 투자나 신기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불확실성은 완성차와 부품 업계를 넘어 타이어, 철강, 조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 본사에 전달되는 신호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과 운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 분쟁이 언제든지 생산과 물류를 멈추게 할 수 있고, 그 책임이 기업 외부 요인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한국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 어렵다.

노동자 권익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권리의 확장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균형을 이룰 때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투자 여력과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책 환경이 지속되면 일자리 감소와 산업 공동화를 부를 위험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근간이다. 노동 이슈가 산업 운영 리스크로 전이되고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구조적 진단이다. 불확실성이 누적된 환경에서는 감당 가능한 선택이 산업의 존속을 좌우한다.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기업의 활동이 보장되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멈추게 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법치주의에 근거해 책임의 경계를 넘는 요구를 막고, 미래를 선택하는 결단을 해야 해법이 가시화될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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