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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27] 월출산 월남마을, 그 달빛 아래 모든 것

조선일보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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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27] 월출산 월남마을, 그 달빛 아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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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영암의 빛으로 하늘 아래 당당히 솟은 월출산은 금강의 세계다.

맑고 투명한 영암의 빛으로 하늘 아래 당당히 솟은 월출산은 금강의 세계다.


월출산(809m)은 전라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산이다. 백제 이전에 마한(馬韓)의 왕들 무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굵직한 인물도 여럿 나왔다. 왕인박사, 도선국사, 왕건을 도운 도사 최지몽도 그렇고, 신라 말기 해상왕 장보고가 이 근방 영암군 선암마을 출신이다. 도선국사 탄생지에는 국사암(國師岩)이 있고, 장보고 탄생지에는 국두암(國頭岩)이 있는 점도 흥미롭다. 월출산 바로 밑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국제항이던 상대포(上臺浦)가 있다. 왕인박사가 여기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일본으로 가기도 했다.

전라도 음식의 특징이 ‘회무침’과 ‘생선탕’을 비롯하여 해산물 요리에 있다고 보는데, 그 ‘씨푸드(sea food)’의 발원지를 월출산 아래쪽 영산강 하구로 추측한다. 월출산을 드나들던 해상 세력이 먹던 음식이 전라도 음식의 뿌리다. 톡 쏘는 암모니아 가스가 코를 뚫고 입천장을 벗겨버리기도 하는 삭힌 홍어도 이 해로에서 발달된 음식이다. 월출산(月出山)이라는 작명도 이 해상 세력이 영산강 하구를 배타고 오르내리며 붙인 이름이다. 월출산 위로 환하게 떠오른 달이 등대도 없던 시절, 어두컴컴했던 뱃길을 비춰주던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붙인 이름이다.

월출산은 온통 화강암과 맥반석으로 이뤄져 있어 기가 센 산으로 유명하다. 고려 시대에는 월출산 전체에 100개 이상의 사찰과 암자가 밀집돼 있었다. 특히 월출산 구정봉(九井峰)은 기가 세서 고대부터 하늘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터로 유명했다. 좁은 돌틈 사이를 비집고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구정봉은 고대의 신비 체험가들이 가장 선호한 지성소(至聖所)였다. 필자도 계시 좀 받아보려고 여러 차례 올라갔지만 실패했다.

월출산의 북쪽인 월북(月北)에서 역사적인 인물들이 배출되었다면 남쪽인 월남(月南)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차(茶)가 있다. 월출산 남쪽에 있는 마을인 ‘월남마을’은 바람을 막아 주어서 월북에 비해 따뜻하다. 그래서 고려 시대부터 차의 산지였다. 월남마을에 있는 월남사(月南寺)에서는 희귀한 고려 시대 차맷돌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려 시대에는 차맷돌로 딱딱한 덩어리차를 갈아서 지금의 말차(抹茶·분말차)처럼 먹는 습관이 있었다. ‘월남마을 천년의 차 문화’를 계승한 인물이 1920년대 ‘백운옥판차’라는 한국 최초의 차 브랜드를 만든 이한영(李漢永·1868~1956)이다. 지금도 10만여 평의 녹색 차밭이 조성돼 있어 방문객들의 마음을 쉬게 해 준다.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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