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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답방’, 삼성 방문 등 일정 다 잡고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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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답방’, 삼성 방문 등 일정 다 잡고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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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의원 집필 ‘판문점 프로젝트’ 속 막전막후
“꼭 가는 것으로 하자”더니…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중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꼭 가는 것으로 하자”더니…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중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노동당 지도부 반발·‘드론 테러’ 등 안전 우려…발표 하루 전 거부
반얀트리 묵고 고척돔 공연 관람 1박2일, ‘북한산’ 별칭 붙여 준비

2018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측은 삼성전자·고척돔 방문 등이 포함된 1박2일 일정을 제시했으나 북측이 노동당 지도부의 반발과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우려를 내세워 최종 거부했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를 보면, 남북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비공개 실무접촉을 이어가며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논의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당시 남북 대화 곳곳에 깊숙이 관여했다.

불발된 1박2일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에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논의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답방 일정이 기록돼 있다. 한수빈 기자

불발된 1박2일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에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논의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답방 일정이 기록돼 있다. 한수빈 기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윤 의원이 포함된 남측 특사단은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만나 서울 답방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못 갈 이유가 없다”며 “꼭 가는 것으로 하자”고 화답했다.

남북의 비공개 실무접촉은 그해 11월부터 본격 진행됐다. 북측은 서울 답방의 의미와 결과물이 무엇일지 파악하라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북측의 답방 의지를 확인한 남측은 문 대통령에게 접촉 내용을 보고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남측 준비단 내부에서 김 위원장 답방 준비는 ‘북한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당시 김 위원장의 숙소는 경호 적합성을 고려해 남산 자락의 반얀트리 호텔로 정했다. 과거 대북 사업을 주도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호텔을 소유하고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예술단 공연을 참관할 공연장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예약이 가능한 고척돔으로, 산업시설 방문지는 삼성전자 공장(경기 수원·용인시, 충남 천안시 소재 중 한 곳)으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공장은 앞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등에서 높게 평가한 KTX로 이동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북측은 제주 방문이 포함된 남측의 2박3일 일정 제안에 대해 연말 일정이 복잡하다며 1박2일을 요구했다. 남측은 12월13~14일로 정리해 북측에 최종 전달했다. 첫날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과 1차 정상회담 등을 진행하고, 둘째날은 2차 정상회담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소재 한식당 오찬, 삼성전자 공장 방문, 서울 남산타워에서 환송 만찬, 고척돔에서 예술단 공연 관람을 계획했다.

남북은 그해 11월26일 답방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지만 북측은 발표 전날 답방 무산을 선언했다. 이틀 전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들이 ‘도로를 막겠다’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결사반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동당 정치국은 북한의 최고 정책 결정 기관이다.

북측은 또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보장도 거론했다. 윤 의원은 “(당시 북측이) 내부가 지금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2018년 8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드론 테러 사건까지 언급했다”고 적었다.


남측은 신변 안전을 약속한다는 문 대통령 친서를 보냈으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북측은 김 위원장의 경호와 안전 문제로 노동당 정치국이 유례없이 반발한다는 다소 황당한 근거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압력에 순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 답방을 결심한 김 위원장의 남북 접촉 등 행보에 놀란 미국 측이 북·미 비핵화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자,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제안을 덥석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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