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작년 7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합의 문서에 서명하는 사진. 사진 글에는 “미국이 대한민국과 완전하고 완전한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고 적었다./백악관 인스타그램 캡처 |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특정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추가 관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최근 대미 반도체 투자를 압박하며 ‘반도체 관세 100%’를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18일 “(한미가 합의한)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상호관세 등 무역 협상을 통해 한국은 반도체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바 있다. 청와대는 산업통상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미국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고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취임 직후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관세 협상을 통해 대미 투자를 약속받기도 했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작년 8월 부과 방침을 밝힌 뒤 최근까지도 전면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반도체 포고문에는 미국으로 수입된 특정 반도체나 파생 제품이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일단 이번 조치가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성격이 큰 만큼, 국내 업계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시행이 사실상 본격화된 형국이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며 ‘2단계 조치’를 예고했다.
미국과 대만은 ‘반도체 포고령’ 서명 다음 날인 지난 15일 관세 협상을 타결 짓고, 기존 20%이던 대만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대만 기업들과 정부가 미국에 각각 2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 16단 48GB’가 전시돼 있다./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신설하는 대만 기업의 경우 해당 시설의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생산 능력의 2.5배 수입분까지 관세를 면제하고,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의 경우 신규 생산 능력의 1.5배까지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인데, 이에 더해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증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향후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수정해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달러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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