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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행복도 배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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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행복도 배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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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청소년을 떠올리면 '열심히'라는 말이 먼저 따라온다.

세계가 감탄하는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은 우리의 성실함과 교육을 통해 이루어졌다.

성실함은 분명 미덕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과 불안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좁은 국토와 한정된 자원속에서 인적자원에 의존하여 성장해 온 사회 구조 속에서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숙명이 됐다.

가정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교육에 대한 기대는 커졌고, 사회적 보상과 안정성이 보장된 특정 직업군으로 목표가 쏠리면서 경쟁은 더 이른 시기부터 치열해졌다.

학교 교육 역시 대학 진학과 성취를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며 운영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과연 진정한 행복을 배우고 있을까? 성적표와 등급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내면의 의미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수준에 속하며 주요 원인으로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사회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내면의 불안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이를 표현하거나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실패는 곧 낙오로 해석되고, 타인과의 비교는 일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라"는 새로운 다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으로 느껴진다.


지금 교육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행복 교육은 행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고 그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 있고 마음먹기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 잘되지 않았을 때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기르는 과정이 곧 행복 교육이다.

작은 성공을 음미하고,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며 나만의 속도로 성장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전달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붙잡을 힘을 기를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그 행복은 경쟁에서 이겼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삶을 긍정하는 과정 속에서 길러지는 힘이다.

학교가 그 출발선이 될 때, 우리 청소년들은 더 이상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임홍순 옥천중학교 수석교사 청소년,학업,행복,성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