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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탈락' 낙인에 저조한 '국대 AI' 재도전

뉴스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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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탈락' 낙인에 저조한 '국대 AI'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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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라는 정부 취지와 달리 탈락 기업 낙인 효과 커

"재도전 기업이 이미 많은 GPU 지원 받은 기업 뒤집기 어려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독자 AI파운데이션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독자 AI파운데이션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고 싶진 않다. 다만 대한민국 미래를 걸고 멋지게 시작한 사업인 만큼 결과에 대해서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모두가 승자다. 그리고 모두가 우리나라 AI 3강을 만들 주역들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최근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개발 사업 참여 기업을 놓고 장·차관이 한목소리로 "모두가 승자"라고 추켜세웠다. 승패로 우열을 가리지 않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취지를 내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는 예정에 없던 '패자 부활전'을 통해 모든 기업에 재도전 기회를 열어두며 이번 프로젝트가 최종 승자를 가려내기 위한 경연대회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탈락 기업에 찍히는 낙인 효과는 컸고, 발표 시점마다 시장은 주가로 답했다. 정부의 재도전 기회 부여에도 기업들이 "검토한 바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1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재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탈락한 네이버(035420)와 엔씨소프트(036570)는 재도전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향후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재도전이나 이의제기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NC AI는 "이번에 만든 기반 모델과 컨소시엄 파트너십 등을 자양분으로 삼아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국가 산업군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최초 공모에 응했던 카카오(035720)와 KT(030200)도 각각 "재도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처럼 기업들이 정부의 추가 기회 부여 방침에 호응하지 않는 이유는 '탈락' 낙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재도전에 응했다 탈락할 경우 이미지 실추는 물론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차 평가 발표가 이뤄진 지난 15일 네이버는 전일 대비 주가가 4.62%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으며, 엔씨소프트는 1.41% 하락했다. 다음날인 16일에도 하락세가 지속돼 전일 대비 네이버는 0.81% 하락한 24만 5500원, 엔씨소프트는 3.07% 하락한 23만 6500원에 장을 마쳤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특히 네이버의 경우 충격이 컸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강조해 온 '소버린 AI'의 원조 격인 네이버가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클라우드는 중국 모델의 인코더를 미세조정(파인튜닝)한 뒤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는 "모두가 승자"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모습이다. 재도전 기회 부여 취지와도 어긋난다.

지난 15일 류 차관은 "이번 프로젝트가 모든 참여 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모두가 승자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만큼 공석이 된 네 번째 자리를 최초 프로젝트 공모에 접수한 컨소시엄, 그리고 이번 1차 단계 평가 탈락 컨소시엄, 그 외 역량 있는 기업 등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역량을 갖춘 정예팀 1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패자 부활전이 원칙에도 어긋나며, 기업 입장에서는 실효성도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줄 세우기 방식이 갖는 한계도 지적된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이번에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많이 실추됐는데, 재도전했다가 또 떨어지면 다른 잡음이 나올 수 있으니 이를 미연에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나 KT도 되면 본전이고, 안 되면 더 작은 기업에도 밀리는 꼴이 된다. 스타트업들도 모두가 낙인찍히는 걸 봤기 때문에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되도 문제인 게 반년 만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1차 평가를 통과한 기업은 이미 GPU 지원을 많이 받아서 기반 모델을 만들었다"며 "이를 반년 만에 뒤엎고 상위 모델을 만드는 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순민 KT 기술혁신부문 AI 퓨처랩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줄로 세워 평가하는 방식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공정해 보일 수 있으나, 자칫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경쟁을 통해 1~2개의 모델을 선발하는 것이 과연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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