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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테면 해봐" 트럼프 시대 다시 겪은 중국, 이유있는 자신감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안정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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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테면 해봐" 트럼프 시대 다시 겪은 중국, 이유있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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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년]

[부산=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2025.10.30. /사

[부산=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2025.10.30. /사


'촨젠궈(川建國)'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지난 1년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트럼프'를 중국어로 음차한 '촨푸(川普)'와 '건국(建國)'의 합성어로 '제 2의 건국을 돕는 트럼프'란 뜻의 인터넷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선 한때 '촨줸궈 흉상', '서천동불 촨푸(서방의 모든 것을 아는 트럼프 부처)' 등 트럼프 조각상이 팔리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시각을 대외에 알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대해 "외부(미국)가 어떤 선택을 하든 중국의 자신감을 바꿀 순 없다"고 논평했다. 이 같은 중국의 반응은 다소 뜻밖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벌어진 일을 중국의 시각에서 돌아보면 이 같은 정서는 그저 허장성세만은 아니다.


관세충격 극복, 무역흑자·희토류 반격

트럼프 2기 대중국 압박은 트럼프 1기(2017~2020년)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다. 1기 때 돌발적인 관세 압박이 등장했다면 지금은 전방위적인 관세 공세와 함께 반도체·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공급망 통제가 동시다발 진행된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수동적인 시간벌기로 대응하다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사실상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트럼프 2기의 공세는 그때보다 더 체계적이고 공격적이지만 중국은 자신감을 내비친다. 우선 미국이 100%를 넘나드는 관세로 중국을 압박했음에도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19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보다 20% 감소했지만 아세안(ASEAN),유럽연합(EU), 중남미, 아프리카로의 수출이 각기 13.4%, 8.4%, 7.4%, 25.8%씩 늘어났다. 트럼프 1기 미국 무역공세의 학습효과를 발판으로 수출국을 다각화해 2기땐 관세충격을 극복한 결과다.


(난징 AFP=뉴스1)  = 14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 롱탄항에 컨테이너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항공사진으로 포착됐다. 중국은 이날 2025년 무역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했음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 결과라고 중국 당국은 설명했다. 2026.01.14.

(난징 AFP=뉴스1) = 14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 롱탄항에 컨테이너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항공사진으로 포착됐다. 중국은 이날 2025년 무역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했음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 결과라고 중국 당국은 설명했다. 2026.01.14.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관세 공세를 희토류로 '되치기'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된 지난해 10월,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17종 수출통제 조치를 내놨다. 희토류는 방위산업과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미국의 핵심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인 만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희토류의 수출 통제는 미국에 치명적이었다.

결국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와 희토류를 무기로 한 서로의 공세를 1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1기때 한 발 물러선 중국이 이번엔 미국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끝에 '휴전'을 이끌어낸 셈이다.


美 압박, 중국의 기술 고도화 촉진 '역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첨단기술 공급망 통제는 오히려 중국의 자체 기술 고도화를 부채질했단 평가도 나온다. '상하이 4소룡(상하이 네마리의 용)'으로 통하는 티앤수즈신, 무시, 비런테크놀로지, 쑤이위안 등 중국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업은 모두 상장절차 마무리단계다. 미국이 AI 산업 핵심 하드웨어인 GPU의 수출을 막자 중국이 자국 기업을 육성, 자본시장에서 상업화 능력을 검증받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지난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선수단이 줄을 서고 있다..2025.08.15. /

[베이징=신화/뉴시스] 지난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선수단이 줄을 서고 있다..2025.08.15. /


중국 AI기업들은 고성능 GPU 없이도 최적화 기술을 통해 오픈AI, 구글 못지 않은 성능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을 공개하며 세계에 '딥시크 쇼크'를 던진 딥시크가 대표적이다. 딥시크는 최근 한층 진화한 최적화 기술을 선보이며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한 상태다.


로봇 기술에선 중국이 오히려 미국을 앞선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국가적 지원이 가장 강력한 중국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장악해 나가고 있으며 미국과의 격차가 확대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의 1년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키웠단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접경지역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던 인도는 중국과 5년만에 양국 국경 무역 재개에 합의했으며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추가 관세를 철폐했다. 계기는 '트럼프 관세'다. 미국이 우방에게도 전방위적 관세 압박을 가하자 그동안 중국과 소원했던 인도와 캐나다의 관계가 개선될 길이 열렸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사우스(비서구권과 개발도상국)'의 결집력 역시 더 강해졌다. 트럼프가 UN(국제연합)을 홀대하는 사이 중국은 '다자주의'와 '무역협력' 목소리를 높이며 UN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리더십으로 부상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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