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이 이끈 다국적 공동연구에서 가공식품을 배제한 식단이 단 3주 만에 심혈관 질환 위험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칼로리 제한이나 운동 처방 없이 음식의 '종류'만 바꾼 것으로 기존 다이어트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다.
최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건강한 캐나다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회복 식단(Restore Diet)' 또는 평소 식단을 3주간 유지한 뒤 휴지기를 거쳐 서로 식단을 교차했다. 회복 식단의 핵심은 열량 감축이 아니었다. 하루 섭취 칼로리는 개인별 필요량에 맞춰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대신 즉석식품, 가공육, 정제 설탕이 식탁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소, 콩류, 통곡물이 대신했다. 연구팀은 파푸아뉴기니 농촌 지역 주민들의 전통 식단을 캐나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재구성했다. 고구마, 양배추, 오이, 완두콩, 현미 등이 주재료였고 밀가루와 유제품, 소고기는 완전히 제외됐으나 닭고기, 돼지고기, 연어 등은 소량 허용됐다.
3주 후 혈액검사 결과는 명확했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16.8% 감소했고 공복혈당은 6.3% 낮아졌다. 염증 반응의 대표 지표인 C반응단백(CRP)은 14% 줄었다. 별도의 감량 지시가 없었음에도 체중 감소가 나타났고 인슐린 저항성 지표도 개선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혈액 수치 변화만이 아니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됐다. 가공식품이 사라지자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익균이 증가하고 염증 유발 균주는 감소했다. 특히 산업화된 식단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파푸아뉴기니 농촌 주민의 장에서 흔히 관찰되는 '리모실락토바실러스 로이테리(L. reuteri)'균의 생존율이 회복 식단에서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복 식단의 식이섬유 함량은 1000㎉당 22g으로 일반 권장량을 크게 웃돌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초반 며칠간 복부 팽만감이 늘었다는 반응이 나왔으나 배변 규칙성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연구에 참여한 앨버타대 영양학자 아니사 아르멧 박사는 식단에 사용된 레시피를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산업화 이후 식단이 장내 미생물 구성을 교란해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가설을 인체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라며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보다 '무엇을 빼느냐'가 건강에 더 결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수아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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