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캘리포니아, 레이첼 조지 비상주연구원·이안 클라우스 설립 이사 보고서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교차로 지도 작성'
그림=챗GPT |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제도화가 필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캘리포니아의 레이첼 조지 비상주연구원과 이안 클라우스 설립 이사는 'AI와 민주주의: 교차로 지도 작성(AI and Democracy: Mapping the Intersections)' 보고서를 통해 "AI는 이미 선거 과정과 정치 캠페인, 정부 행정과 공공 서비스, 여론 형성과 사회적 소통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향방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 활용을 둘러싼 정치적 선택과 제도적 대응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민주주의가 전반적인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Varieties of Democracy)가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민주주의 수준은 1980년대 중반 수준으로 후퇴했으며, 권위주의 국가의 수가 민주주의 국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거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양극화, 제도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AI 기술 확산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민주주의의 핵심 전제인 자유로운 선택과 공정한 경쟁이 기술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 이미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AI의 확산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AI는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복잡한 정책 논의를 지원하며 공공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사용되는 정치적·제도적 맥락이며, 어떤 규범과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AI가 민주주의에 개입되는 영역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선거와 정치 과정 △시민 참여와 숙의 △정부 행정과 거버넌스 △사회적 결속과 경제적 조건 등 4개 영역에서 도전 과제와 기회 요인을 분석했다.
선거 영역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공정성과 신뢰 훼손이 지목됐다. 생성형 AI을 활용한 허위 정보, 딥페이크 영상과 합성 음성은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하고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I는 선거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외국어 번역과 장애인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기회 요인도 지닌다. 아울러 선거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허위 정보 탐지와 선거 감시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감시와 대응 역량의 불균형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는 허위 정보 확산과 선거 개입, 불법을 감시하는 핵심 주체지만 재원과 전문 인력의 한계로 AI 기반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AI를 허위 정보 감시를 체계화하고 시민 조직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며 소수자와 취약 계층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시민사회를 거버넌스의 주변부가 아니라 제도 안 핵심 참여자로 포함시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행정 영역에서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민주적 책임성과 투명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공공 부문이 AI 작동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정책 결정 과정이 기술 논리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AI를 활용해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정책 설계를 지원하며, 공공 서비스의 접근성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AI를 통제하고 설명할 수 있는 전문성과 제도적 기준을 갖추는 것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적 결속과 사회경제적 조건 측면에서는 AI가 노동 시장과 정보 환경을 재편하면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일자리 대체와 소득 격차 확대, 알고리즘에 의해 형성되는 정보 환경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I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과 교육·복지 접근성 확대를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AI의 긍정적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 정책과 사회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AI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기술 설계 △정부·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기술 기업의 투명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노력 등이 필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AI와의 접점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민주주의 보호와 확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및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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