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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 1위와 AI 인프라 최강자의 만남…‘AI 신약 혁명’ 시동

쿠키뉴스 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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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 1위와 AI 인프라 최강자의 만남…‘AI 신약 혁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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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업계 시가총액 1위인 일라이 릴리와 AI(인공지능) 인프라 최강자 엔비디아가 손을 맞잡고 ‘AI 신약 혁명’의 시동을 걸었다. ‘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하며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연평균 40%를 웃도는 고성장이 전망되는 AI 신약 개발 시장에서 이번 협력이 산업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5년간 최대 10억달러(한화 약 1조4680억원)를 투자해 혁신 AI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번 발표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이뤄졌다.

양사는 신약 개발을 넘어 임상 개발, 제조, 상업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할 기회를 함께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설립되는 이 연구소는 올해 초부터 본격 가동되며, 릴리의 생물학·과학·의학 분야 전문가들과 엔비디아의 엔지니어들이 이곳에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릴리는 AI 신약 개발 협력을 위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릴리는 지난해 10월 신약 개발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했다. 바이오니모는 신약 후보물질의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분자 최적화, 인체 내 표적 적용 예측, 본 임상 진입까지의 전 개발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의 중심축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 ‘베라 루빈(Vera Rubin)’이다. 베라 루빈은 단순 연산 성능 향상을 넘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약물·표적 결합력 계산, 대규모 분자 시뮬레이션을 고속으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소개됐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I가 가상의 ‘디지털 실험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부문 부사장은 JPMHC 메인트랙 발표에서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AI 혁명은 본격화됐다”며 “릴리가 실험실과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 활용을 강화하면 혁신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바이오니모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경우 10년 이상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과 독성실험 과정을 1~2년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수준의 인재들을 한데 모아 어느 한 회사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혁신적 돌파구를 만들어갈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릴리의 방대한 데이터와 과학적 지식을 엔비디아의 컴퓨팅 성능과 모델 구축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신약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 글로벌 빅파마 AI 신약 개발 협력 확대

엔비디아는 단순 반도체 공급자를 넘어 AI 신약 개발 플랫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속도와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AI가 떠오른 만큼 입지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AI 신약 개발 성공 사례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10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가 꼽힌다. 실제 화이자는 AI를 활용해 임상 데이터 수집에서 쿼리(데이터 질의, 정정 요청) 생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25.4일에서 1.7일로 단축했다. 데이터 확정과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35일에서 2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JP모건, 연합뉴스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JP모건,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AI 연구 협력은 릴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엔비디아는 작년부터 릴리의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와도 협력하며 AI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의 국가 AI 슈퍼컴퓨터 ‘게피온(Gefion)’을 활용해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바이오 전용 모델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향후엔 수천만 건의 글로벌 생의학 문헌을 학습한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유전자·단백질·질병 간 상관관계를 정밀 추적할 계획이다.

존슨앤드존슨도 지난 2024년부터 엔비디아와 손잡고 수술용 AI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섰다. 존슨앤드존슨은 AI를 활용해 수술 영상을 분석하고, 수술 후 문서 작업을 자동화해 수술 전부터 후까지 필요한 모든 정보에 의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AI, 신약 개발 기간·비용 획기적 단축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안전성 관리까지 전 과정에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반복 검증이 요구되는 신약개발 특성상 업계에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전망은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달러(약 1조2200억원)에서 2028년 48억9360만달러(6조62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데다 3조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이 소요된다. 발굴 성공률은 후보물질 1만 개 중 1개의 확률이며, 이마저도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할 경우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개발 기간을 3년 수준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6000억원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업계는 AI가 신약 개발의 시간·비용·위험을 모두 줄이는 ‘혁신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이에 최근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은 환자 안전을 전제로 한 AI 신약 개발 공동 원칙을 처음 제시했다. 임상 현장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인 셈이다.

이번 ‘10대 기본 원칙’은 비임상 연구부터 임상시험, 제조, 시판 후 감시에 이르는 AI 신약 개발 전주기를 포괄하는 지침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AI 모델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데이터의 출처와 처리 과정, 분석 판단이 추적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기록할 것을 명시했다.

업계는 앞으로 빅테크 기업과 제약사들 간의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AI는 특정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으로 제약 산업 전반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AI가 올바르게 도입될 경우 효율성과 효과성을 모두 향상시켜 더 강력한 치료제를 더 짧은 기간 내에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초기 AI 산업은 기술 관련 공급자 시장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구축된 AI모델을 활용해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수요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AI를 적극 도입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가치가 지속 창출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세는 상당히 유망할 전망이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