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생산 거점 활용 '관세 피해 최소화' 주력
정부 지원 '화력'…품목 관세 부과 가능성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을 하며 한국 25% 등 세계 각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율을 설명하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지난해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말 어려웠던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우리 기업들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관세를 비롯해 무역 관련 정책들이 '자고 나면 바뀌는' 탓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불확실성에 신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때로는 뭉쳐서, 또는 개별적으로 총력전을 펼쳤다. 이 기간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 부과한 고율의 관세 여파로 경영 실적이 악화하기도 했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당장의 시급한 불은 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도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새해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트럼프 말 한마디·SNS 한 줄에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취임 선서를 하며 47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구호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무역관행을 시정하겠다면서 기존의 무역협정 재검토를 예고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가장 먼저 예고하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한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나섰다.
중국, 유럽연합(EU) 등으로 향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칼날은 미국의 우방이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 SNS 한 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의미를 분석하면서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는 외신기사, SNS는 꼭 체크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27일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예고하면서 "한국이 우리에게 세탁기 등을 덤핑하자 미국 기업이 문을 닫을 뻔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당시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 역시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우리를 이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관세 압박이 본격화하자 우리 기업의 속은 타들어 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글로벌 생산 거점 활용 등 각종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준비해 왔지만 직접적인 압박이 시작되자 불확실성은 커져만 갔다.
관세 부과를 발언으로만 예고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다음 달부터 '행정명령'이라는 실제 행동을 하자 우리 기업들 역시 대응에 돌입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들이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을 대상으로 대미 통상 외교에 나서면서 양국의 협력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사안인 탓에 주요 경제단체에는 회원사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경제단체가 나서 정부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였다. 주요 경제단체는 공동으로 정부를 찾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대미 투자 강화·생산 거점 활용…관세 우회 시도 '활발'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대규모 미국 투자 발표도 나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기준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수출 규모만 347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액은 21억 달러에 불과해 대표적인 무역 불균형 업종으로 꼽히면서 총수까지 직접 나서 관세 피해 최소화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의 반도체 거점으로 추진 중인 테일러에 대한 투자 규모를 51조 원으로 확대했다.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활용해 품목관세를 비롯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57개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 등을 담긴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초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 시행 직후 갑자기 유예하기도 하는 등 급변하는 상황으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됐다. 업계에선 "고율의 관세보다 정책이 오락가락한 상황이 더욱 힘이 든다"며 "관세율이 빨리 확정됐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내용이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게재됐다. 이 관보는 현지시간으로 4일 공식 게재돼 발효되며 인하 조치는 2025년 11월 1일 이후 수입 건부터 소급 적용된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정부 대미 관세 협상 지원 나선 韓 기업들…"대규모 투자"
작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자 기대감이 커졌다. 그렇지만 미국이 단행한 일부 업종에 대한 품목 관세 여파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지난해 2분기 실적이 악화하는 등 관세 후폭풍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관세 전쟁의 파고에 힘겨웠던 경제계는 지난 7월 말 미국이 설정한 협상 시한 종료(8월 1일)를 불과 하루 앞두고 한미 양국이 주요 무역 경쟁국과 비교해 동등한 수준인 15%로 상호 관세 합의를 이뤄내자 환호했다.
우리 기업들 역시 대미 협상 과정에서 대대적인 측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라는 선물 보따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워싱턴DC로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특히 양국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한미 협상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냈다. 마스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해군력 증강과 조선 산업재건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담은 프로젝트다.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가 약속한 3500억 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를 협상 요약문(팩트시트)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다시 진행됐고 우리 기업들은 다시 불확실성의 블랙홀에 빠져들어 갔다. 그러다 양국이 지난 10월 말 관세 협상 세부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당장의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지원과 투자 유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오는 18일(현지시간)에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2025.10.1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현재도 관세 전쟁 '진행 중'…반도체 관세 부과 시사
하지만 현재도 관세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기업들의 고충 역시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는 없던 반도체 관세를 또다시 예고했다. 비록,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반도체는 작년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이끈 대표 상품인 데다 그간 관세를 적용하지 않았던 품목이기에 반도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도 철강·알루미늄 품목에는 50%의 품목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관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1~16일, 비금융권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한국 주요 기업 경영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대미 관세라고 응답한 비율은 13.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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