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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제가요?” 밤마다 폰 보던 40대, 안과서 들은 ‘실명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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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제가요?” 밤마다 폰 보던 40대, 안과서 들은 ‘실명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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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경고한 ‘불 끄고 스마트폰’ 습관의 대가
불을 끈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밤, 눈은 조용히 한계를 넘고 있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습관이 망막과 시신경에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을 준다는 경고가 의료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피로가 아닌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는 지적이다.

불을 끈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습관은 동공을 과도하게 확장시켜 망막과 시신경에 큰 부담을 준다. 전문가들은 잠들기 전 어두운 환경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눈 건강의 ‘위험 신호’로 꼽는다. 게티이미지

불을 끈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습관은 동공을 과도하게 확장시켜 망막과 시신경에 큰 부담을 준다. 전문가들은 잠들기 전 어두운 환경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눈 건강의 ‘위험 신호’로 꼽는다. 게티이미지


지난 12일 서울의 한 안과 진료실. 진료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40대 직장인 A씨는 “밤만 되면 눈이 욱신거리고 머리까지 지끈거린다”고 털어놨다. 특별한 질환은 없었지만, 생활습관을 묻는 질문에 원인이 드러났다. “불 끄고 침대에서 휴대폰을 봐요. 하루 중 그때가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라서요.”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눈에는 최악의 조건”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과 전문의들은 어둠 속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눈을 혹사시키는 가장 위험한 조합”이라고 말한다. 주변이 어두우면 눈은 빛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을 최대한 확장한다. 이 상태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강한 빛, 특히 블루라이트가 직접 들어오면 망막이 받는 자극은 밝은 환경보다 훨씬 커진다.

최근 서울대병원 안과 연구진이 진행한 관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불을 끈 채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도 안압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부 조건에서는 15분 남짓 사용만으로도 안압 변화 폭이 컸다.

어둠 속에서 화면에 집중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눈 속 방수(眼房水)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일시적으로 좁아진다. 이때 안압이 급격히 오르면 시신경이 압박을 받아, 극단적인 경우 단기간에도 심각한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공이 크게 열린 상태에서 화면 빛을 반복적으로 받아들이면 망막은 사실상 방어 수단을 잃는다. 눈 안에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이런 자극이 누적되면 망막세포와 시신경 세포가 서서히 손상될 수 있다. 황반변성과 같은 퇴행성 안질환의 발병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중장년층, 특히 여성은 더 취약

위험은 모든 연령대에 동일하지 않다. 중장년층, 그중에서도 여성은 상대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눈 앞쪽 구조가 좁은 경우가 많아, 어두운 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볼 때 수정체가 앞으로 밀리며 방수 배출 통로가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급성 녹내장이 유발될 위험도 있다.


급성 녹내장은 극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두통, 메스꺼움, 구토를 동반하는 응급 질환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짧은 시간 안에 회복하기 어려운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 군에서 여성과 고령층의 비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2~3배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60~70대 여성은 전체 녹내장 진료 인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진은 “눈이 쑤시듯 아프고 두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눈 건강, 생활습관에서 갈린다

전문의들은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리는 치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일상 속에서 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항산화 관리도 그중 하나다. 일부 임상 연구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눈물막 안정과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의료진은 “특정 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식단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지만, 반복될 경우 안압 상승과 망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은 주변 조명을 켜고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지만, 반복될 경우 안압 상승과 망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은 주변 조명을 켜고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


흡연자의 경우 일부 항산화 성분을 보충제로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채소와 과일 등 자연 식품을 통한 섭취가 권장된다.

자외선 차단 역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정면에서 들어오는 햇빛만 경계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옆이나 위에서 들어온 빛이 눈 안에서 굴절되며 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얼굴에 밀착되는 고글형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함께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불을 켜는 것부터 시작해야”

의사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수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불을 켜라”는 것이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최소한 주변 조명을 켜 화면과 주변 밝기의 격차를 줄이고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가해지는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던 A씨는 “오늘부터는 스탠드라도 켜고 보려고요”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작은 습관 하나가 시력을 지키는 결정적인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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