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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잘 뽑아라”…‘노벨상 로비’한 마차도에 불똥 튄 노벨위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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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잘 뽑아라”…‘노벨상 로비’한 마차도에 불똥 튄 노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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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 정권 재편 과정서 트럼프에 노벨상 건넨 마차도
“노벨상을 로비 도구로 써” 노르웨이 ‘부글부글’
수상자 예상 밖 돌발 행보에 노벨위원회도 비판 받아
마차도 외에 오바마, 키신저 등 수상 근거에 의문 제기
마차도로부터 노벨평화상 메달 담긴 대형 금색 액자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트루스소셜 화면 캡처]

마차도로부터 노벨평화상 메달 담긴 대형 금색 액자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트루스소셜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이자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전달하자 노르웨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차기 대권을 차지하려는 개인적인 욕심에 노벨상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느라 상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불똥은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로도 튀었다. 수상자 선정을 제대로 하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마차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그에게 노벨상을 전달했다. 이는 앞서 노벨위원회의 만류와 배치되는 행동이다. 노벨위원회는 이 상을 트럼프와 공유하고 싶다는 그의 의견에 “노벨상은 한 번 발표되면 취소하거나 타인과 공유, 양도할 수 없다”며 “결정은 최종적이며 영구적”이라고 못박았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왼쪽)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면서 노벨상 진품을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로이터]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왼쪽)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면서 노벨상 진품을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로이터]



그럼에도 마차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전달한 것은 차기 정권 확보를 위해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뜻을 담은 ‘정치적 로비 활동’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노르웨이 국민들은 마차도의 이 같은 행동이 자국 최고의 소프트파워(무기, 경제제제 등이 아닌 문화 등으로 지지를 끌어내는 힘)인 노벨상의 권위를 훼손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분노하고 있다.

노르웨이 주간지 모르겐블라데트의 칼럼니스트 레나 린드그렌은 뉴욕타임스(NYT)에“수상자가 상의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지만, 지금 문제는 평화상이 전쟁 같은 정치 게임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노르웨이 국민들은 마차도의 로비 대상이 ‘하필’ 트럼프라는 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레 스벤 전 노벨연구소 연구원은 노르웨이 내의 강력한 ‘반(反)트럼프 정서’ 때문에 이 일이 더 민감한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보복관세가 나올지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로, 노벨상에 집착하는 트럼프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연설을 하기 위해 미 의회를 방문했다. [UPI]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연설을 하기 위해 미 의회를 방문했다. [UPI]



스벤 연구원은 “마차도가 자신의 평화상을 민주주의를 공격한다고 평가받는 대통령에게 바치려 한다”며 그 행동을 비판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민의 4분의 3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나 가자 지구에서 전쟁 종식에 기여하더라도 노벨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비난의 화살은 애먼 노벨위원회로까지 돌아왔다. 마차도의 실체가 집권을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의 호감을 사기 위해 로비까지 벌이는 인물이라며, 수상자를 제대로 선정하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이전에도 수상자 선정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특히 학술적 성과를 따지는 여타 상들과 달리, 평화상은 수상 기준이 분명치 않다며 논란이 됐다.

버락 어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9개월만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노벨위원회는 “국제 외교와 국가들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놀라운 노력을 기울였고, 특히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성취한 업적이 아닌, 아직 제시하기만 한 비전을 보고 노벨상을 줬다는 점에서 비판이 많았다. 오바마도 회고록에서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내가 왜?’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2019년 이웃국 에리트레아와의 오랜 국경 분쟁을 평화협정으로 마무리했다며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수상한지 1년만에 티그라이 내전을 일으켜 평화상 수상자라는 명예가 무색해졌다.

이 외에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의 평화상 수상은 노벨위원회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꼽힌다. 키신저 장관은 1973년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파리 평화협정’ 체결을 이유로 노벨상을 수상했으나, 수상 시기에도 키신저가 캄보디아 비밀 폭격, 남미 군부 쿠데타 지원 등 ‘평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에 관여해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당시 노벨위원회는 파리 평화협정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할 것이란 정황을 파악하고서도 키신저의 수상을 고집했다. 이에 반발해 노벨위원회 위원 5명 중 2명이 사퇴하기도 했다. 키신저 사례는 노벨평화상의 대표적인 오판으로 종종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