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버킨백과 켈리백 구매 자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주거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 개인정보까지 조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가방'으로 불려온 에르메스의 희소성 전략이 사실상 고객 선별과 감시에 기반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패션 전문지 글리츠(Glitz)는 최근 보도를 통해 에르메스가 가방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단순한 구매 이력이나 매장 충성도를 넘어 '에르메스의 세계관에 어울리는 인물인가'라는 주관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소비자의 재력뿐 아니라 생활 방식과 사회적 이미지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에르메스 판매 직원들은 구글 검색을 통해 고객의 주거지를 확인하고, 해당 지역이 버킨이나 켈리백을 소유하기에 충분한 '명망'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고객의 SNS 계정에 접속해 게시물의 성격이나 온라인 평판을 살피고, 매장 방문 시 말투와 태도, 매너, 옷차림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구매력이 있느냐”보다 “에르메스에 어울리는 사람이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저널리스트 루이스 피사노는 글리츠를 통해 “에르메스가 고객을 사실상 스토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직원들이 고객의 집 주소를 검색해 버킨이나 켈리백을 받을 자격이 있을 만큼 명망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매 현장에서의 이른바 '위험 신호' 기준도 공개됐다. 한 에르메스 판매 직원은 “짧은 기간에 가방을 여러 개 구매하거나 여러 부티크를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고객은 재판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경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에르메스 모델을 착용한 고객은 브랜드 이해도가 높은 '진성 고객'으로 평가되는 반면,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제품만 찾는 고객은 '기회주의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착용한 시계 역시 평가 요소로 언급됐다. 화려한 롤렉스는 과시적 이미지로 해석돼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는 반면, 오데마 피게나 리차드 밀 같은 고가 시계는 브랜드 감각을 공유하는 신호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감시는 판매 이후에도 이어진다. 글리츠에 따르면 에르메스 직원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며 고객이 구매한 가방을 재판매하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재판매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고객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구매 기회가 차단된다. 가방을 판매한 직원 역시 내부 제재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배경으로 에르메스의 독특한 보상 체계를 지목했다. 개인 성과급이 없고 매장 단위로 수당이 분배되는 구조에서, 버킨·켈리 같은 '쿼터 백' 판매는 실적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판매 확대보다 철저한 공급 통제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분석이다.
버킨백과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희소성 전략 아래 판매되는 제품으로, 가격은 약 1500만원에서 최대 2억6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연간 공급량은 약 12만 개 수준으로 제한돼 있으며, 구매 대기 기간이 통상 2~3년에 달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 불린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인 장영란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장에 가서 가방을 요청했지만 없다고 거절당했다”며 “옷이나 그릇 등을 꾸준히 구매해 포인트를 쌓아야 가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가방 구매 연락을 받은 그는 색상과 사이즈를 알지 못한 채 제시된 켈리백을 구매했다고 전해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선별 시스템을 두고 일부 충성 고객들 사이에서는 피로감과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글리츠는 “버킨백 구매 과정이 더 이상 특권이 아니라 끝없는 인내와 검증을 요구하는 시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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