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최근 한국의 부동산, 주식, 암호자산 시장은 공통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계량지표상으로도 버블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들이 동시에 관측되고 있다. 우선 부동산의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주택가격소득비율(PIR)이 10.7배 내외 수준으로 (2025년 3분기), 국제기구(OECD)가 제시하는 장기균형 범위(5~7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이 실수요의 지불능력보다 기대와 금융여건에 의해 더 빠르게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KB 조사 기준으로 2025년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12.7로, 2008년 12월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자산가격 양극화도 문제다.
주식시장의 경우 코스피는 최근 2년간 실질 GDP 성장률과 기업이익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하여, 시가총액 대비 명목 GDP 비율(일명 버핏지수)은 사상 최고치인 158.4%를 기록해, 현재 전 세계 평균치(127.8%)보다 30.5%P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장기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일부 성장 섹터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경기확장기 고점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였다. 실적 개선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할인율 하락과 미래 기대가 자산가격을 추가적으로 끌어올리는 ‘평가배수 팽창’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암호자산 시장에서는 변동성 지수와 거래대금 회전율이 실물경제 지표와 무관하게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가총액 대비 온체인 거래량, 스테이블코인 발행 잔액 증가율 등 유동성 지표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가격이 현금흐름이나 생산성 지표가 아니라 유동성과 기대심리에 의해 주도되는 전형적인 버블적 특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 신용·유동성 증가율, 변동성 지수 등 핵심 계량지표들이 동시에 역사적 상단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이 단순한 경기회복 국면을 넘어 구조적 과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상승이 생산적 투자에 기반한 건전한 자본형성의 결과인지, 아니면 과잉 유동성과 기대 심리에 의존한 투기적 거품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향후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자산시장 버블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소득, 이익, 임대료 등 기초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상승하고, 레버리지 확대와 군중심리가 결합되며, 정책 신호나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상승 기대가 자기강화적으로 유지될 때 형성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구조 속에서 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과도하게 증폭되는 특성이 존재하며, 주택을 거주재가 아닌 자본이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기대가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주식시장은 AI·반도체 산업의 실적 개선이라는 실질 요인을 갖고 있으나, 단기 기대가 이익 증가 속도를 앞설 경우 리레이팅이 과도한 자산가격 팽창으로 전환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암호자산의 경우 현금흐름에 기반한 내재가치 평가가 어려워 유동성과 심리에 의해 가격이 크게 출렁이며, 전형적인 투기적 버블의 특성을 가장 강하게 보인다.
문제는 자산시장 버블이 단순한 가격 조정으로 끝나지 않고, 가계와 금융기관의 과도한 부채, 실물경제 위축, 재정 부담의 확대 등 실물 부문으로 충격을 전이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는 자산가격 급락이 노후자산 가치 하락과 연금재정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자산시장 안정은 곧 사회안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데 있기보다, 자산시장 참여자의 행동 유인을 장기·생산적 투자 쪽으로 유도하여 투기적 거품이 형성될 구조 자체를 완화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 금리정책의 방향이 첫째로 중요하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자산가격과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금리는 완화하되 대출총량 규제, 부동산·증권담보 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향, 스트레스 DSR 강화 등을 병행하여 유동성이 실물투자보다 자산투기로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통화정책이 자산버블을 직접 억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완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둘째, 조세체계를 통해 단기 시세차익과 장기 보유·운용소득 간의 수익률 격차를 조정해야 한다. 단기 매매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과세와, 장기 배당·임대·연금형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는 시장에 장기 보유와 실질 현금흐름 창출을 장려하는 신호를 제공한다.
셋째, 연금과 장기저축 자금이 자산시장의 핵심 투자자로 자리 잡도록 제도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배당주, 인프라, 리츠, 장기채권 등 안정적 현금흐름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구조가 정착될 때, 자산시장은 단기 투기장이 아니라 소득증진을 뒷받침하는 자본축적의 장으로 성격이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자산시장 버블의 문제는 통화량이나 금리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용, 조세, 제도, 연금체계가 만들어내는 장기적 인센티브 구조의 문제이다. 단기 차익에 유리한 구조를 장기 가치축적에 유리한 구조로 전환할 때, 자산시장은 반복적인 거품과 붕괴의 사이클을 벗어나 실물경제와 조화를 이루는 건전한 성장 경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아주경제=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