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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1세대 플랫폼…벅스·다음의 씁쓸한 매각전

이데일리 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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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1세대 플랫폼…벅스·다음의 씁쓸한 매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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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M&A]
벅스·다음, 인수 10여년만에 매각 대상으로
인터넷 전성기 호령했지만…기업가치 급감
글로벌 경쟁사에 밀려 아픈 손가락 전락
이 기사는 2026년01월17일 07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때 한국 인터넷 시장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1세대 정보기술(IT) 플랫폼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의 산증인인 벅스가 NHN에 인수된 지 11년만에 새 주인을 맞이한 가운데, 포털 다음(Daum)도 카카오와 합병 12년 만에 매각이 임박했다. 글로벌 경쟁사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이들이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마저 하락하며 모기업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주력 사업 밀리고 밀려…‘계륵’으로 전락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N은 자회사 NHN벅스의 지분 45.26%(약 671만주) 전량을 비파괴 검사 및 항공기 부품 제조 업체인 엔디티엔지니어링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347억원 규모다. NHN은 이번 매각을 통해 게임과 클라우드 등 주력 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벅스는 지난 2015년 NHN에 인수되며 계열사로 편입됐다. 인수 당시 NHN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연계한 ‘니나노클럽’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2016년말 유료 이용자를 80만명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시 벅스는 멜론, 지니뮤직 등과 함께 국내 음원 시장의 3강 체제를 구축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지출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15년 7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41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의 공습이 시작되며 벅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지난해 기준 유튜브 뮤직의 국내 이용률이 37.6%까지 치솟은 반면 벅스 이용자 수는 수만명대로 감소하며 사실상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이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벅스의 사례는 곧 다음의 미래가 될 전망이다.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하며 모바일과 포털의 결합이라는 화제를 낳았던 다음은 합병 12년만에 매각설의 중심에 섰다. 합병 당시 20%대를 넘던 다음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대로 추락했다. 한때 9885억원으로 평가받은 다음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9월 기준 자산총액 288억원으로 축소됐다.

카카오는 이미 다음을 떼어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5월 다음 사업 부문인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에서 분리해 신설 법인 AXZ를 설립했고, 지난달 모든 포털 서비스를 해당 법인으로 이관하며 매각을 위한 밑작업을 끝냈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는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거론된다. 양사는 현재 AXZ 주식을 포괄적으로 맞교환하는 방식의 매각 협상을 막바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플랫폼의 기묘한 재활용

1세대 플랫폼들의 잇따른 매각은 국내 IT 생태계의 판도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은 그 자체로 권력이었다. 이제는 영상과 AI 검색 중심의 환경에서 텍스트 기반의 포털(다음)과 단순 스트리밍 모델(벅스)은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초라한 수준의 매각 가격이 이를 방증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새 주인이다. 벅스를 인수한 엔디티엔지니어링과 같은 전통 제조기업은 1세대 플랫폼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 업스테이지와 같은 신흥 AI 기업에게는 다음이 보유한 수십년 분량의 뉴스와 커뮤니티 데이터가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는 IT기업의 생존 전략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NHN과 카카오가 벅스와 다음을 인수하던 2010년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는 게 전략이었다면, 현재는 비핵심 사업은 정리해 선택과 집중이 대세다. 포털 중심 시대가 저물고 AI와 효율성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한국 인터넷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주력 사업의 주인공이 아닌 비IT 기업의 이미지 쇄신용 아이템이나 AI 시대를 위한 데이터 원재료로 재활용될 처지에 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