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참여자 ‘주 15시간 미만 근로' 기준 충족해야 지원금 혜택
고용보험 적용 위해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는 취업상태 분류
"고용보험 확대 정책과 별개로 훈련 참여자 형편 고려해야"
고용보험 적용 위해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는 취업상태 분류
"고용보험 확대 정책과 별개로 훈련 참여자 형편 고려해야"
서울 시내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
[서울경제TV=정명진 인턴기자]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 훈련 장려금을 받지 못하더라고요."
1년째 취업 준비 중인 정현희 씨(23)의 이야기다. 정 씨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 중 UX 디자인 과정을 6개월간 수료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지 못했다. 근로 시간이 늘어나면 국가 장려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훈련을 위해 자취를 하느라, 생활비가 부담돼 청년 대출을 알아보기도 했다.
16일 구인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20대 2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월평균 소득은 6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최저시급이 9620원인 점을 고려하여 계산하면 평균 시간은 69.3시간이다.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청년들이 법적으로는 '취업자'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를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내걸고 청년과 취약계층을 겨냥한 민생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훈련 지원 정책이 고용보험과 연동해 취업자를 구분하면서, 청년들이 정책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훈련 참여 조건과 근로 여건이 충돌하는 현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이다. 해당 사업은 국가 기간산업과 전략산업 분야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참여자에게는 출석 일수에 따라 월 최대 20만 원의 훈련수당이 지급된다. 공휴일이 포함된 달에는 수당이 더 줄어든다.
문제는 훈련 기간 동안 적용되는 근로시간 제한이다. 훈련 참여자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넘길 경우 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훈련수당은 출석 일수에 따라 정해져 근로 소득과 연동해 조정되지 않는다. 그 결과, 별도의 저축이나 외부 지원이 없는 청년에게는 생활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 기술교육원도 비슷하다. 해당 사업 역시 고용보험 대상사자는 교육을 수강할 수 없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수강과 생활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취업준비생 김나연 씨(25)는 IT 교육 과정을 고민하다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일 수 없어 결국 수강을 포기했다.
[사진=뉴스1] |
◇ ‘주 15시간’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나
근로 제한의 뿌리에는 고용보험 제도의 행정 기준이 있다. 고용보험은 원칙적으로 한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경우를 취업 상태로 간주해 적용돼 왔다. 이 기준은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장기간 유지됐다.
문제는 이 시스템 안에서 ‘근로시간’이 사실상 취업 여부를 가르는 행정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주 15시간 이상 근로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자 ‘취업 상태’로 간주해, 여러 구직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제한의 기준인 상황이다. 이를 적용하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릴수록 일부 정책 지원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보험을 위한 행정 기준이 결과적으로 정책 참여의 문턱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따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정규직 중심·단기 구직을 전제로 설계된 과거 노동시장 모델에 기반해 있다고 지적한다. 은석 덕성여대 교수는 “취업과 미취업이 비교적 뚜렷했던 과거처럼 여전히 이분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불안정한 위치에 놓였음에도, 훈련과 '업스킬링'을 통한 안정적 일자리 진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달라지는 고용보험 기준의 맹점
정부는 2027년부터 근로 시간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취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정책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2027년부터 적용되는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근로자의 조건이 시간에서 '보수'로 바뀐다.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 단시간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후 고용보험에 포함되는 대상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노동 시간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해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정책이나 이와는 별개로 청년 구직 지원 정책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보험 적용 기준만으로 고용 지원 정책을 펼 경우 직업 훈련을 통해 더 큰 꿈을 이루고 싶으나 당장 아르바이트로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구직자들은 앞으로도 차별에서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변금선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은 "길어진 구직 기간을 고려하면 고용보험 정책에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구직 지원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설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myngjin@sedaily.com
정명진 기자 myng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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