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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이언스] AI가 신약개발 판을 바꾼다…핵심은 단백질 설계

연합뉴스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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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이언스] AI가 신약개발 판을 바꾼다…핵심은 단백질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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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물질 '탐색'에서 '정밀 설계'로 전환
글로벌 제약사·빅테크 투자 가속
[엔비디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엔비디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신약 개발은 평균 10~15년에 달하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산업이다.

전통적인 개발 방식은 타깃을 정한 뒤 수많은 후보 물질을 실험적으로 발굴·검증하는 구조로, 임상 단계에서 효능 부족이나 안전성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후보물질을 '우연히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초기부터 치료 성공 요건을 반영해 정밀하게 설계하는 접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AI(인공지능)가 있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AI는 큰 화두 중 하나였다.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가 10억 달러(약 1조4천721억원) 규모의 신약 연구소 설립 등 AI 기반 신약 개발 협업을 발표한 것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은 AI를 연구 보조 수단이 아닌 핵심 인프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초기 설계 단계에서 개발 효율과 임상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차세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최근 들어 주목받는 분야가 단백질 설계 AI다.

항체, 이중항체, 사이토카인(신체 면역 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 물질) 등 단백질 기반 치료제는 저분자 화합물 대비 타깃 특이성이 높은 데다 기존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환 기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의 핵심 모달리티(modality·약물이 작용하는 방식이나 치료 접근법)로 자리 잡았다.

다만 단백질은 구조와 상호작용이 복잡해 설계 난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de novo)해 실험적으로 결합을 입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5~6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 화학상에 베이커·허사비스·점퍼 공동수상    (서울=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존 점퍼(39)를 올해의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4.10.9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노벨 화학상에 베이커·허사비스·점퍼 공동수상
(서울=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존 점퍼(39)를 올해의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4.10.9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분야의 중요성은 학계에서도 확인됐다.


2024년 노벨화학상이 단백질 구조 예측과 단백질 설계 분야의 연구 성과에 수여되면서 AI가 생명과학의 근본적 문제 해결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단백질 설계를 둘러싼 기술 경쟁과 투자 유치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스핀오프 된 나블라 바이오(Nabla Bio)가 다케다와 1조원 이상 규모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고, 오픈AI 투자를 받은 차이 디스커버리(Chai Discovery)는 최근 일라이 릴리와 협업을 발표했다.

단백질 설계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참여한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는 1조원대 투자를 유치해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설립한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역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AI 기반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반 '히츠' 등이 저분자 화합물 설계 AI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서울대 화학부 석차옥 교수가 창업한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는 국내에서 단백질 설계 AI 기술을 실제 성과로 입증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갤럭스의 기술은 물리화학적 원리에 기반한 단백질 구조·상호작용 이해를 딥러닝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항체 설계를 가장 난도 높은 검증 과제로 삼아 플랫폼의 성능을 입증한 뒤 향후 나노바디, 미니프로테인, 펩타이드, 나아가 GPCR·이온채널 등 고난도 타깃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은 설계 수로도 30%가 넘는 성공률을 기록하며 단백질 설계 AI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협업을 체결하며 기술의 사업적 가능성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재편하는 가운데 초기 설계 단계의 정밀성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단백질 설계 AI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기술적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갤럭스 제공]

[갤럭스 제공]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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