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
바이오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허위 사실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를 사칭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투자를 권유하거나 임상에 문제가 생겨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소문이 대표적인데요. 전문가들은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펀드매니저를 사칭한 ‘피싱’ 사건이 불거졌는데요. 디앤디파마텍이 조만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인데, 일종의 청약에 당첨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으니 주당 3만원을 입금하라는 권유가 SNS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디앤디파마텍은 투자자들로부터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가 작년 연말부터 연초까지 수차례 걸려와 피싱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하마터면 입금할뻔한 투자자도 있었다”면서 “사실 무근으로 해당 유상증자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인데요.
디앤디파마텍은 ‘지방간’이라 부르는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며 이르면 5월 주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회사가 해외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할지 투자자들이 관심 갖는 분위기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피싱 사기인지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까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바이오주가 관심 받으면서 뜬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코오롱티슈진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TG-C(인보사케이주)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연초 임상에 차질이 생겨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이에 지난 2일 주가가 직전 거래일보다 10%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임상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비쳐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투자증권 위해주 연구원은 “임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면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는 리포트를 냈는데요. 임상 차질은 보통 안전 문제를 의미합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TG-C는 관절강(關節腔)에 투여한다”면서 “관절강에는 혈액이 없기 때문에 (치료제가) 온몸에 퍼져 나가지 않고 다른 부위에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보사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는데요. 인보사는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아 국내 시판됐습니다. 미국에서 별도로 임상을 진행했는데 주사액 성분 착오로 2019년 임상 3상이 중단됐고 국내에서 품목 허가도 취소됐습니다. 이후 회사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소명해 이듬해 임상 3상이 재개됐습니다. 이르면 오는 7월쯤 주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임상에서 투약을 완료했고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해 엑스(X)선을 촬영하거나 통증 관련 설문지를 작성하는 등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라면서 “구조적으로 차질이 발생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앞서 올릭스도 허위 사실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올릭스는 지난해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소문이 돌아 회사 측이 근거 없는 정보라고 밝혔는데요. 올릭스는 한 달 뒤 11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새로운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고, 제3자 배정은 외부 투자자 등 특정한 제3자에게 신주를 파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올릭스는 리보핵산(RNA) 간섭 기술로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RNA 간섭은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RNA 간섭을 이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올릭스는 지난해 2월 대사 이상 지방간염 치료제 후보 물질을 미국 일라이 릴리에 기술 이전했는데요. 앞서 기술 이전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2024년 돌자 “악성 루머”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가 시장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풍문에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이오 기업은 임상을 장기간 진행하고 비용도 막대하게 투입하는데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면서 “고수익이 실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뜬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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