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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도 전쟁 투입… 英, 결국 ‘할아버지 부대’까지 꺼냈다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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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도 전쟁 투입… 英, 결국 ‘할아버지 부대’까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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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예비군 소집 연령을 65세로 전격 상향하며 안보 태세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환경이 그만큼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영국 국방부는 15일(현지 시각) 전역자 중심 전략 예비군 소집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예비군 소집 상한 연령을 기존 55세에서 65세로 10년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65세는 영국 공공보건·정책 문서에서 통상 노인 인구로 분류한다.

영국 미들 월롭에 위치한 육군 항공 센터에서 윌리엄 왕세자(가장 왼쪽)가 육군 항공대 연대장 직책을 이임받은 후 군 관계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미들 월롭에 위치한 육군 항공 센터에서 윌리엄 왕세자(가장 왼쪽)가 육군 항공대 연대장 직책을 이임받은 후 군 관계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역 후 소집 대기 기간 역시 최대 18년까지 늘어난다. 한국 예비군 소집 기간이 전역 후 8년인 점을 감안하면 영국 예비군 의무는 한국보다 20년 이상 길어지게 된다. 한국 전역자가 보통 늦어도 40대 초반에 소집 의무를 마치는 것과 달리 영국 전역자는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군 복무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열렸다.

영국 정부가 ‘할아버지 부대’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문턱을 낮춘 이유는 안보 환경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영국 공공보건 문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노인 인구로 분류된다. 현재 잉글랜드 인구 약 19%가 이 연령대에 속한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사회적으로 은퇴를 고려할 나이인 인구까지 전쟁 대비 인력 풀에 넣은 조치는 영국이 체감하는 위기 수준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소집 기준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국가적 위험이나 중대 비상사태, 영국을 향한 직접 공격이 발생했을 때만 예비군을 부를 수 있었다. 개정안은 이를 ‘전쟁 준비(warlike preparations)’ 단계로 낮췄다. 전면전이 터지기 전이라도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병력을 보강하겠다는 의도다. 영국 국방부와 현지 언론은 이번 조치로 현재 9만5000명 수준인 전략 예비군 규모가 수만 명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英, 예비군 65세까지… '전쟁 준비' 소집

英, 예비군 65세까지… '전쟁 준비' 소집



이는 단순히 병력 숫자를 늘리는 조치라기보다, 전쟁 위기 상황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전쟁 성패가 병력 숫자가 아닌 전환 속도와 전문성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영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군 교육 지원 훈련에 참여한 병력 가운데 20% 이상을 예비군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1년 동안 3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신병에게 교육을 제공하며 정규군 공백을 메웠다.


영국 국방부는 고령 예비군을 보병 전투에 투입하는 구상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고령 예비군을 새로 소집하더라도, 이들이 직접 무기를 들고 최전방 보병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은 낮다. 영국 국방부 구상에 따르면 이들은 사이버전 같은 정보·통신, 의무, 군수, 지휘 참모 병과처럼 숙련도가 필요한 후방 지원 분야에 집중 배치될 예정이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숙련된 전역자들이 보유한 가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예비군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육군 제47항공수송대대 소속 병사들이 아틀라스 군용기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육군 제47항공수송대대 소속 병사들이 아틀라스 군용기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이 예비군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현실적인 국방 예산 제약도 자리 잡고 있다. 영국 군 수뇌부는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리처드 나이턴 영국 공군 참모총장은 최근 의회에서 “국방 예산이 계획보다 280억 파운드(약 49조 원) 부족하다”며 “현재 설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모든 일을 빠르게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규 정규군 병력을 양성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예비군은 이미 기초 훈련을 마친 숙련된 인력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고령 예비군을 기술직이나 참모직에 배치하면 상대적으로 젊고 체력이 좋은 정규군 병력을 최전선에 집중 배치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제적인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도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국방비 확대가 곧바로 병력 확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신규 병력 양성과 정규군 증원에는 시간이 걸린다. 예비군 동원을 제외하면 당장 미국이 원하는 현실적인 전력 강화 대안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속한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다른 유럽국가도 예비군 전력 강화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는 추세다. 서유럽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북유럽 국가들은 ‘총력 방위’ 개념 아래 예비군 뿐 아니라 민방위까지 결합해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국 예비군 대기·연령 비교

주요국 예비군 대기·연령 비교



이번 조치는 오는 2027년 봄부터 발효한다. 이미 전역한 이들에게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한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이번 법안을 의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 국가 비상 대응 체계를 현대화할 방침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65세까지 이어지는 소집 의무가 군 기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관계자는 “예비군 풀을 넓히는 일은 필요하지만, 실제 소집됐을 때 이들이 민간 직업을 유지하면서 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보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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