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정호승 지음/116쪽·1만3000원·창비
“서울 성공회성당 마당에 사는 비둘기들은/수녀님이 뿌려 주는 과자를 배불리 먹고/붉은 벽돌 벽에 걸려 있는/십자고상 위로 날아가 쉰다…예수님은 온몸에 비둘기 똥을 뒤집어쓴 채/오늘도 바보같이 웃기만 한다/예수님한테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 비둘기들이/아무리 봐도 나를 꼭 닮았다.”(‘비둘기’에서)
“맛있기는 맛있지만…온몸이 배배 꼬이는데/얼마나 아프겠어요”(‘꽈배기’) “엄마 배에도 캥거루처럼/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다”(‘캥거루처럼’)처럼 아이다운 천진한 시각과 눈높이가 곳곳에서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하지만 쉬우면서도 단단한 시어들은 종국엔 시인 특유의 근원적 외로움과 삶에 대한 여러 질문을 환기시킨다.
“눈사람을 만들면/나도 엄마야/눈사람 엄마야…형도 만들고/누나도 만들어서/나처럼/외롭지 않게 할거야”(‘눈사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 좋은 동시집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