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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시위에 뿔난 이란인들 “우리더러 그냥 죽으란 거냐”

조선일보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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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시위에 뿔난 이란인들 “우리더러 그냥 죽으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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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란 대사관 앞 ‘맞불 집회’
노동자연대 “미국 정부는 손 떼라”
이란인 “이번에 지면 모두 감옥행”
1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 앞에서 열린 재한 이란인 집회./김민혁 기자

1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 앞에서 열린 재한 이란인 집회./김민혁 기자


“미국 정부는 개입을 중단하라!” ”평화 같은 한가한 소리 멈춰라."

16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 앞. 폭 10m 남짓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국내 단체와 재한 이란인들 간에 ‘맞불 집회’가 열렸다. 미국이 최근 반(反)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이란을 상대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마르크스주의와 반미(反美)를 표방하는 ‘노동자연대’ 회원들은 이날 이란 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는 이란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이에 수m 떨어진 반대편에서 이란인 10여 명이 “당신들의 구호는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 ”우리의 절박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나선 이란인들은 “우리에게 전쟁은 이미 닥쳐온 현실”이라며 “우리의 절박함을 쉽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국내 IT 기업 AI(인공지능) 연구원인 사나즈(33)씨는 이날 집회 때 맨 앞에 섰다. 2019년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그가 거리로 나선 것은 며칠 전 여동생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여동생은 “이번에 (반정부 시위에서) 이기지 못하면 모조리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사나즈씨는 본지에 “1만2000명이 도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개입 반대’는 계속 사람을 죽이라고 독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 인근 카페에서 재한 이란인 사나즈(33) 씨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나즈 씨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은 이란 당국의 색출과 본국 가족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정권은 사람을 죽여놓고 시신을 볼모로 유족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민혁 기자

1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 인근 카페에서 재한 이란인 사나즈(33) 씨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나즈 씨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은 이란 당국의 색출과 본국 가족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정권은 사람을 죽여놓고 시신을 볼모로 유족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민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그누스(23)씨는 “임신한 상태로는 매장할 수 없다는 이슬람 율법을 구실 삼아 이란 정부가 시신의 배를 갈라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죽은 자의 존엄성마저 훼손하는 야만적인 처사”라고 했다. 유학생 A씨는 “거동이 힘든 70·80대 노인들까지 집에서 창문을 열고 함성을 지르면서 반정부 시위대와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집회에 나온 이란인들은 팔레비 왕조(1925~1979) 때 이란 국기와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인 레자 팔레비 왕세자 사진을 들고 나왔다. 팔레비 왕세자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이날 재한 이란인들의 항의를 받은 노동자연대란 단체는 한미 동맹을 부정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다. 이들은 이날도 미국의 제재와 군사 행동이 이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연대는 2024년 12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이 돌자 ‘윤석열 정부의 사기’라고도 했었다. 최근엔 “이란 경제난은 미국의 제재 탓”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란인들의 항의를 의식했는지 이날 일부 노동자연대 회원은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한다’ 등이 적힌 피켓도 들었다.

재한 이란인들은 17일 오후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이란 시민이 겪는 참상을 알리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우리가 바라는 건 거창한 정치 논리가 아니다. 그저 가족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줄 손길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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