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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방파제

조선일보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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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등 인공지능(AI) 앱 아이콘./연합뉴스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등 인공지능(AI) 앱 아이콘./연합뉴스


현대인의 손바닥 위에는 24시간 닫히지 않는 ‘디지털 창(窓)’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스마트폰입니다. 이 작은 기기를 통해 우리는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과 소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해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사람이 잠든 사이에도 스마트폰은 화면만 꺼져 있을 뿐 깨어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잠을 ‘신의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셰익스피어 ‘맥베스’에는 잠을 두고 ‘삶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은 신이 내려준 선물이자 삶의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양분인 잠을 스마트폰에 빼앗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이 불면증 증상을 호소하는 성인 2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전체 참가자를 스마트폰 사용 성향에 따라 고위험군(141명)과 저위험군(105명)으로 나눈 뒤, 이들의 일상 속 수면·활동·심박수 등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의 연관성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는 고위험군은 저위험군에 비해 중등도 이상의 불면증을 겪을 가능성이 약 2.6배 높았다고 합니다. 수면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 역시 약 2.4배 컸습니다. 이뿐 아니라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우울 위험이 약 2.8배, 불안 증상 위험은 약 1.6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도파민을 24시간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주사기’에 비유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사고와 감정, 일상을 흔드는 시대, 우리가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면 쉼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신호의 소음 속에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파제가 필요합니다. 이번 주 ‘아무튼, 주말’에는 벽돌처럼 두툼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마음이 가는 책을 골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경험하는 사색과 몰입은 잃어버린 내 시간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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